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구름과 맞닿은 곳에 호롬보 산장(Horombo Hut)이 있다. 해발고도 3,720미터, 킬리만자로의 중턱에 자리한 호롬보 산장은 트레커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정상에 다녀와서 쉬어가는 관문, 통과의례이다.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사람들이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관해서는 이야기해도 이곳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을 오름짓의 과정이 아니라, 정상을 딛는냐, 마느냐하는 결과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그러하다. 하지만 호롬보에서 널따란 돌멩이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해본 사람은 말한다. 파란 하늘아래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구름바다 사이로 활기찬 일상이 흐르는 아침을 맞아본 사람은 말한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멋진 아침인가!'
네팔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국립공원의 라르자 도반에 있는 '듁 코시 브릿지(Dudh Kosi Bridge)'는 네팔 전체를 아우러,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는 현수교이다. 깊고 웅장한 계곡에 가녀리게 걸쳐져 있는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밑에서 그저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아찔하고 두렵게 한다.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다리 아래로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강이요, 계곡인 듁 코시가 유유히 흐른다. 서쪽에서는 쿰부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보테 코시가 굽이져 내려온다. 쿰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꼭 건너야만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리의 길이가 짧다는 것이다. 다리를 수없이 오고갔을 토박이도, 건너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간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건넌다..
오늘날, 사진이 작가의 감성과 상상력을 표현하는 주요 예술작품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기억의 환생, 기록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는 것을 지난 사진을 들춰보며 새삼 느낀다. 골똘히 바라보다, 때로는 무심코 담았던 사진과 영혼에 깊이 새겨진 찬란한 기억의 조각들을 추스려 네팔 에베레스트 쿰부 라운드 트렉(또는 Three Pass Trek)을 다시 찾아간다. 루크라(Lukla, 2800m) → 채플렁(Chablung, 2700m) → 타로 코시(Tharo Kosi, 2510m) : 2시간 카트만두에서 루크라까지는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이용해 다가간다. 지리(Jiri)에서부터 걸어서 올라 갈 수도 있는데, 루크라까지 5박 6일이 걸린다. 이 길은 초기 에베레스트 등반팀의 카라반 루트로, ..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오른 설봉들이 즐비한 히말라야에서도, 태고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세계 곳곳의 독특한 화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무엇. 그 무엇이 중국 황산(黃山)에 있다. 황홀한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해돋이나 해넘이는 운만 따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새하얀 구름이 기암괴석을 넘나들고, 소나무를 두르고 감싸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는 곳. 진경산수화같은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품고 있는 산은 흔치 않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 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 있는 작은 섬 리파리를 여행하며 이렇게 말했다. 풍경이 내 몸의 일부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