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으뜸으로 영험하고 신성한 산이다. 일년내내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다는 것도 한 몫하지만, 킬리만자로의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신성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앞글에 이어 영겁의 시간같은 길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흘러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걸음이 무뎌지고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뎌지고 지친 걸음을 달래주는 것은 저 하늘과 구름이다. 여행중에서도 트레킹이라는 산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과 구름, 자연을 온전하게 벗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 일부가 되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같은 길을 걷는 사람과 그 쾌감을 공유하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하다. 나..
호롬보의 찬란한 아침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코발트 블루의 하늘 아래 황량한 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 트레킹 3일차,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키보 산장(Kibo Hut, 4700m)까지 올라간다. 고도차이가 980미터이지만 키보 산장까지 큰 오르막없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4천의 고지대여서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큰 분화구인 키보(Kibo Circuit)를 온종일 바라보며 걷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 길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한다. 가볍운 차림으로 걷는 우리도 힘든데,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은 오직할까. 항상 그렇지만,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킬리만자로의 또다른 루트인 마차메 루트로 가는 갈림길에서 쉬어간다. 건장..
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구름과 맞닿은 곳에 호롬보 산장(Horombo Hut)이 있다. 해발고도 3,720미터, 킬리만자로의 중턱에 자리한 호롬보 산장은 트레커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정상에 다녀와서 쉬어가는 관문, 통과의례이다.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사람들이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관해서는 이야기해도 이곳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을 오름짓의 과정이 아니라, 정상을 딛는냐, 마느냐하는 결과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그러하다. 하지만 호롬보에서 널따란 돌멩이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해본 사람은 말한다. 파란 하늘아래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구름바다 사이로 활기찬 일상이 흐르는 아침을 맞아본 사람은 말한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멋진 아침인가!'
네팔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국립공원의 라르자 도반에 있는 '듁 코시 브릿지(Dudh Kosi Bridge)'는 네팔 전체를 아우러,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는 현수교이다. 깊고 웅장한 계곡에 가녀리게 걸쳐져 있는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밑에서 그저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아찔하고 두렵게 한다.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다리 아래로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강이요, 계곡인 듁 코시가 유유히 흐른다. 서쪽에서는 쿰부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보테 코시가 굽이져 내려온다. 쿰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꼭 건너야만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리의 길이가 짧다는 것이다. 다리를 수없이 오고갔을 토박이도, 건너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간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