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칠'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륙칠이란, 다섯시 차와 함께 기상, 여섯시 식사, 일곱시 출발을 말합니다. 팅게퉁가를 지나면서 울레리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두 시간 가량 올라야 합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라 힘들지만, 이것만 오르면 남은 일정은 쉬이 갈 수 있습니다. 쉬엄쉬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발아래로 팅게퉁가와 계단식 밭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나무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안나푸르나 남봉이 울레리에 도착하자 훤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며 쉬어가는 이의 마음을 달뜨게 합니다. 소금과 기름, 생필품 등을 가득 실은 말의 행렬이 지나갑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의 사람들에겐 말이 가장 소중한 반려자입니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은 끝나고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 1 神의 묵시 나무가지를 손질하고 있..
새벽 4시. 더없이 맑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푼힐 전망대를 향합니다. 푼힐 전망대에 오르니 해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그 복새통 속에 홀로 안나푸르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한 사내가 있습니다. 푼힐 전망대(Poon Hill, 3210m) 네팔에 있는 60여 부족 중의 하나인 푼족의 뒷동산이 바로 푼힐입니다. 다울라기리부터 닐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시나브로 다울라기리에 빛이 스며듭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도 더불어 장미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다울라기리라는 이름은 '흰 산'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날이 환하게 밝자 그 무엇보다 하얗게 빛납니다. 하얀 다울라기리를 배경으로 붉고 파란..
'타다빠니의 일출' 저편 능선 위로 해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솟아오릅니다. 타다빠니의 일출은 푼힐 전망대에 버금갑니다. 안나푸르나 남봉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아침을 맞습니다. 색(色)이 사라져도... 엷은 가스로 휘장을 치고 은밀한 대화를 속삭이고 있는 안나푸르나와 히운출리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사이 오솔길을 따라 갑니다. 간드렁 마을어귀 롯지에서 잠시 쉬어가며 우리의 가이드, '다와'와 '파상'씨를 담아봅니다. 나무 두 개로 요람을 만들고 거기다 줄을 휘감아 담요를 널어놓은 모습이 재미납니다. 요람속에서 아무 근심없이 따스한 햇볕을 만끽하는 아이가 마냥 부럽습니다. 간드렁은 티벳에서 넘어온 구릉족이 산비탈에 터전을 일구어 만든 마을로 그들의 전통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을입니다. 롯지 마당의 화단 ..
지난밤 신나게 뛰논 탓에 갈증이 나서 뒤뜰에 있는 주방에 들렀다가 수줍게 연지를 찍고 있는 안나푸르나를 바라봅니다. 길은 산비탈을 일구어 만든 밭을 부드러이 감고 돌아갑니다. 이른 아침부터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하지만 우리네처럼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몸짓이 아닌 여유로움이 자연스레 베어있는 몸짓입니다. 톨카, 지난 2월에 왔던 길을 다시 지나서인지 집 근처에 마실 나온 듯 친근합니다. 구릉족의 전통가옥 훗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초가 한 채 지어서 한가로이 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어봅니다. 울타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쌍칠년 비암 둘 꼬마와 괭이의 대화 괭이 : 꼬마야, 너는 내 말을 알아듣는데 왜 어른들은 도통 내 말을 못 알아 들을까? 꼬마 : 옛적에는 모두가 말이 통했는데 바벨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