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고 잿빛의 돌과 모래만이 전부인 세상... 킬리만자로 키보산장에서 호롬보 산장 가는 길은 그렇게 적막하고 황량하다. 적막하고 단조로운 길에 변화무쌍한 구름이 생기를 불어준다. 저 구름마저 없었다면, 시간이 멈춘 곳에 서 있다는 착각이 일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안달하지만, 자연속에서 인간은 한 점에 불과하다. 인간의 흔적은 자연에 한 줄의 선으로만 남는다. 킬리만자로는 인간의 몸부림을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새끼를 품은 어미처럼, 따스하게 바라본다. 과묵한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왜 그러냐는 듯 요란법석하다. 이리 틀고 저리 휘어틀고, 하늘의 구름은 자유롭다. 호롬보 산장이 가까워지니 키네시오 킬리만자리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길었던 ..
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구름과 맞닿은 곳에 호롬보 산장(Horombo Hut)이 있다. 해발고도 3,720미터, 킬리만자로의 중턱에 자리한 호롬보 산장은 트레커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정상에 다녀와서 쉬어가는 관문, 통과의례이다.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사람들이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관해서는 이야기해도 이곳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을 오름짓의 과정이 아니라, 정상을 딛는냐, 마느냐하는 결과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그러하다. 하지만 호롬보에서 널따란 돌멩이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해본 사람은 말한다. 파란 하늘아래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구름바다 사이로 활기찬 일상이 흐르는 아침을 맞아본 사람은 말한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멋진 아침인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을 뒤로 하고 호롬보 산장을 향합니다. 황야를 가로지르는 길은 평평하고 곧아서 좋지만, 3,000m가 넘는 고지대라 걷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시나브로 구름이 밀려오는가 싶더니, 키보 분화구와 우후루 피크를 제 속으로 감추어 버립니다. 그리고 온 세상을 부드러이 어루만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닫히니, 발 아래 세상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Moorland - 히스(Heath)라는 관목이 무성한 황야, 황무지. 대부분의 자료에서 지금 가로지르고 있는 지대를 'Moorland'라고 표현합니다. 고로, 이 지역에 자라고 있는 키작고 푸른 나무들이 '히스'라는 관목입니다. 이렇게 푸름이 짙은데 황야라니, 얄팍한 상식으로 '황야'라는 것은 쉬이 납득이 가지 않지만 말입니다. ^^; 수시로 옷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