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이칼 #11] 비오는 거릴 달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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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스키 픽 트레킹을 마치고 자작나무 숲에 자리잡은 욜로츠카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시베리아에 널리고 널린게 자작나무라고 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의 한잠은 색다른 멋과 낭만을 안겨주었다.

욜로츠카는 러시아 전통 통나무집으로, 우리 나라의 펜션과 비슷하다.
 자작나무 숲 곳곳에 통나무집이 자리잡고 있는데, 통나무집은 대부분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욜로츠카 한 동에 60여 개의 방이 있어서 120여 명이 한 동에 숙박할 수 있다.
방은 2인 1실로, 따끈한 물이 나오는 샤워실이 딸려 있고 아늑하다.
 
욜로츠카 앞에는 목탁이 놓여있는데, 목탁에서 자작나무 숲의 내음을 맡으며 구워먹는 샤슬릭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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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하닐없이 홀로 거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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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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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벽에 '바이칼 호수의 심장', ' 샤머니즘의 시원'이라고 불리우는 알혼섬(Alhon)의 사진이 걸려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여정상 갈 수 없기에 사진으로나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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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에 온 첫날을 제외하고는 계속 비가 나린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비내리는 창가에 카메라를 기울여 스쳐지나가는 숲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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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또렷하게 보이는 세상보다 흐릿하게 보이는 세상이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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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교내 백일장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데, 붓질이 서툴러서 물감이 물처럼 번져버렸더랬다.
꼴에 창피당하긴 싫어서, 일부러 물가에 비친 숲을 그린거라고 박박 우기던 그 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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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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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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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난다.

바이칼 호수에는 336개의 강과 지류가 있는데, 335개는 바이칼로 흘러 들어가고
앙가라 강만이 유일하게 바이칼 호수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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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라 강과 샤먼 바위에 얽힌 전설

호랭이가 담배 태우던 옛날 옛적, 바이칼 신은 335명의 아들과 아름다운 딸 '앙가라'를 두었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눈꼽만큼도 아프지 않을만큼 이뻤다고 하는 앙가라가 곱고 아름답게 자란 어느 날,
바이칼 신은 앙가라를 이웃의 아름다운 청년 '이르크츠크'와 혼인시키고자 마음 먹는다.
그러나 한길 사람 속을 신이라 한들 알 수 있을까, 앙가라가 사모하던 청년이 따로 있었으니, 이름하야 '예니세이'
아버지가 맺어주는 혼인이 죽어라 싫었던 앙가라는 사랑하는 예니세이와 함께 야반도주를 결심한다.
예니세이의 손을 꼬옥 잡고 달려가던 앙가라가 '퍽' 소리와 함께 돌연 길가에 쓰러진다.
아뿔사! 분노한 바이칼 신이 정신을 놓았는지, 제 딸에게 바위를 던진 것이다.

애석하게 돌연사한 앙가라가 예니세이를 잊지 못해 흘리는 눈물이 앙가라 강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눈물이 계속 흐르기에 겨울이 되어도 강이 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바이칼 신이 던진 바위가 바로 '샤먼 바위'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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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라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이르크츠크에 도착해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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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흐르는 창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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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흐르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세상과 나 사이에 놓여 있던 창을 제치고 거리를 바라보니 만물이 또렷하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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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
이승훈님의 '비 오는 거리'가 흥얼거려지는 거리이다.

But, 나의 그녀는 지금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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