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부르는 노래2 [자이푸르-조드푸르-자이살메르]

자이푸르에서 7시간을 달려 'Blue City'라고 불리우는 조드푸르에 다다른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는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흥겨운 풍악을 울리고 신명나게 춤을 추며 다가온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새신랑이 결혼할 신부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함 들어가듯, 친지와 이웃들이 결혼을 축하하는 거리의 풍습인 것이다. 특히나, 행렬의 중간에 색색의 전등을 밝혀주는 배터리를 실은 차가 함께 가는 것이 재미나다. 그들의 축제를 뒤로 하고 꾸불꾸불한 길을 바람처럼 휙 헤쳐가는 릭샤를 타고 코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나의 욕망은 허다하고 나의 외침은 간절합니다만,
 님은 번번히 완강한 거절로 나를 구하여 주셨습니다.'  
                                                     - 기탄잘리 14

이른 아침, 사막의 한가운데 위엄있게 솟아있는 메헤랑가르 포트를 찾아간다.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것보다 이처럼 문명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터전에 있던 그대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야말로 그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것이 아니런지...


메헤랑가르 포트를 둘러보고 내려와 외진 곳에 자리잡고 짜이를 파는 아저씨와 얘기를 나눈다. 이네들은 참 사람을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고, 이렇게 혼자 앉아 있노라면 어느새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것저것 물어본다.


가끔은 그런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홀로 여행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좋은 말동무가 되어준다. 


진정한 자신과 대면하고자 홀로 떠나온게 며칠 안되었건만 벌써 지인들이 그리워 우체국에서 엽서를 띄우고 나오는 길에 구걸하는 者, 그를 만난다.


구걸하는 者

그가 구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되려 내가 그에게 구걸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당신의 평온함을 나누어 달라고...

하지만 그 역시
한낱 외로운 사람일뿐이다.

2002. 7. 3. In Jodh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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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찾아온다, 자이살메르. 따가운 햇살에 모든 것이 짓눌린듯 고요한 마을이다. 주변의 사막과 같이 마을의 건물도 온통 노랗다. 핑크와 블루를 거쳐 옐로우의 도시에 온 것이다. 짐을 풀어놓고 갈리샤 호수를 찾아간다. 맑고 깨끗하지는 않지만 황량한 사막에 청량제 역할을 하기엔 충분하다.

라탄팰러스 호텔에서 하룻밤 머물고 2박 3일간의 타르사막 낙타 사파리를 떠나기 위해 낙타의 등에 오른다. 나의 낙타 '짐 캐멀'은 긴 속눈썹과 큰 눈동자를 꿈벅거리며 기우뚱, 털석, 기우뚱, 털석... 타르 사막을 향해 간다. 반나절 동안 여과없이 내리쬐는 햇살과 모래바람을 맞으며 막연히 품었던 사막으로의 여행, 그 환상은 깨어진다.

온종일 '하루만 다녀올 걸...' 후회를 하다가 달보이가 준비해준 식사를 먹으며 사막의 첫밤을 맞는다. 해가 떨어지자마자 밤 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 별, 별, 별... 아, 사막의 낭만은 밤에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잠들고 벌레와 낙타 울음소리, 바람소리만이 고요한 세상을 채운다. 밤하늘의 별만큼 떠올랐다,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는 무수한 상념의 조각들.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모금...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치 않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이른 시간임에 불구하고 작열하는 태양과 세찬 바람, 사막의 낮은 그리 달갑지 못하다. 게다가 밤새 온몸을 간지럽게 하던 모래들이 여전히 기생하며 꿈틀거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일깨워 준다. 달보이는 사막의 한가운데로 나가지는 않고 주변을 맴도는 듯 하더니 '카노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쉬었다 가자고 한다. 그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마을의 우물가를 찾아간다.


카노이의 우물가

소가 물을 마시고, 염소가 마시고, 낙타가 마시고, 개가 마시고, 사람이 마신다.
사람이 마시고, 개가 마시고, 낙타가 마시고, 염소가 마시고, 소가 물을 마신다.

그들은 하나다. This is India.

2002. 7. 6. In Kan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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