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산장을 출발하기 전에 엄홍길 대장님은 다시 한번 대원들을 격려합니다. '山行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모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리라 믿습니다' "옥산을 위해, 우리는 하나다!" 대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계곡에 울려퍼집니다. 정오의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원들의 걸음은 모두 힘차고 씩씩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용행호보(龍行虎步), 진정한 리더의 카리스마를 발하는 엄홍길 대장님 숲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오르막길을 따라 우리의 행진도 'V' 자를 그립니다. 숲을 벗어나자 저 멀리 옥산의 주봉과 장대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왼편의 뾰족한 봉우리가 바로 옥산주봉(玉山主峰, 3952m)입니다. 길에서 목을 축이며 쉬어갑니다. 고산을 오를 때는..
그렇게 화창하던 하늘이 곰새 구름으로 덮히고 아래에서 가스가 올라와 아쉽게도 옥산의 장엄하고 수려한 능선은 볼 수가 없습니다. 밀려 올라오는 구름속으로 하산합니다. 삶이 그러하듯,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옥산남봉의 능선이 잠시 구름밖으로 얼굴을 비추입니다. 고사목 한 그루, 고독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처럼 수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배운 산장에서 컵라면과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몸상태가 좋지않은 두 분과 별동대로 하산합니다. 침엽수가 울창한 능선에 구름이 드리워져 운치를 더합니다. 바다의 흔적, 대초벽을 다시 지나갑니다. 산에 오면 이상하게 바다가 그립다고 말하던 후배가 떠오릅니다. 울창한 숲에 짙은 가스가 드리워져 한 폭의 수목화가 됩니다. '小..
'오륙칠'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륙칠이란, 다섯시 차와 함께 기상, 여섯시 식사, 일곱시 출발을 말합니다. 팅게퉁가를 지나면서 울레리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두 시간 가량 올라야 합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라 힘들지만, 이것만 오르면 남은 일정은 쉬이 갈 수 있습니다. 쉬엄쉬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발아래로 팅게퉁가와 계단식 밭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나무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안나푸르나 남봉이 울레리에 도착하자 훤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며 쉬어가는 이의 마음을 달뜨게 합니다. 소금과 기름, 생필품 등을 가득 실은 말의 행렬이 지나갑니다. 안나푸르나 지역의 사람들에겐 말이 가장 소중한 반려자입니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은 끝나고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 1 神의 묵시 나무가지를 손질하고 있..
지난밤 신나게 뛰논 탓에 갈증이 나서 뒤뜰에 있는 주방에 들렀다가 수줍게 연지를 찍고 있는 안나푸르나를 바라봅니다. 길은 산비탈을 일구어 만든 밭을 부드러이 감고 돌아갑니다. 이른 아침부터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하지만 우리네처럼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몸짓이 아닌 여유로움이 자연스레 베어있는 몸짓입니다. 톨카, 지난 2월에 왔던 길을 다시 지나서인지 집 근처에 마실 나온 듯 친근합니다. 구릉족의 전통가옥 훗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초가 한 채 지어서 한가로이 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어봅니다. 울타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쌍칠년 비암 둘 꼬마와 괭이의 대화 괭이 : 꼬마야, 너는 내 말을 알아듣는데 왜 어른들은 도통 내 말을 못 알아 들을까? 꼬마 : 옛적에는 모두가 말이 통했는데 바벨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