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끼고저,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행 로컬버스를 타고 5시간 여를 달리니 밤 12시가 다 되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218km 남짓한 거리인데 다섯 시간이라니,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감안해도 시속 50km. 이것 또한 느림의 미학이련가!? 루앙프라방보다 남쪽에 위치한 도시임에 불구하고 밤공기는 더 차고 쌀쌀하다. 거 참 희한허다. 처음 발을 딛는 곳이고, 사방이 컴컴하여 근처에 있는 Sisombat Guest House에 짐을 부리고 널부러졌다. 짧은 여정에 욕심은 많아서, 저녁에 다시 비엔티엔으로 떠날 작정을 하고 눈을 뜨자마자 레이트 체크아웃을 말하곤 거리로 나선다. 시내로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방비엥은 매우 인상적이다. 안개에 쌓인 수려한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꾸려, 팀폰 게이트(Timphon Gate)를 향해 내려간다. 참, 라반라타 산장 부근의 초목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간이 대피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올라올 때는 비가 왔었는데 지금은 햇빛쨍쨍 이상무다. 메실라우 트레일과 써미트 트레일이 만나는 지점에 당도한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지, 올라올 때처럼 엷은 장막을 드리우고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기에서 오른편으로 난 써미트 트레일(Summit Trail)로 접어든다. 라양라양 산장(Layang-Layang Hut, 2702m)에서 담소를 나누며 쉬어간다. 오래되고, 정상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서인지 오가는 사람이 많다. 산장까지 짐을 나르는 저 포터뿐만 아니라 외국인 트레커도 종종 마주친다. 팀폰게이트까지 오르막없이 ..
옛적부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人生에 빗대고, 혹은 인생을 山行에 견주어 왔다. 수많은 길, 오름과 내림, 정상 혹은 목표, 자신과의 진솔한 대면... 무엇인가를 향해 홀로 걸어가는 것. 발이 땅에 끌리도록 힘들고 지칠 때 '사는 것에 비하면 이까이껏 정도야!'하며 자신을 이겨내기도 하고, 고통을 견디고 견디어 정상에 올랐을 때 고된 인생살이에 대한 희망을 얻어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니 '산이 저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던 알피니스트의 말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이라 하여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옛 말 '건강 챙기는 데 등산 만한 것이 없다'하시는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의 말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
'키나발루(Kinabalu)'는 카다잔두순(Kadazandusun) 족의 '아키 나발루(Aki Nabalu)'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아키(Aki)'는 조상이란 의미, '나발루(Nabalu)'는 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오랜 옛적부터 키나발루의 비옥한 경사지에 터전을 일구고 살고 있는 카다잔두순족은 '키나발루 산은 선조(先祖)의 넋이 깃들어 있는 안식처'라고 믿고 산에 오르면 선조들이 편히 쉬지 못하며, 노여움에 재앙을 내린다고 생각하여 키나발루 산에 오르는 것을 오랫동안 금(禁)해 왔다. 하지만 1851년에 Sir, Hugh Low가 탐험대를 이끌고 들어와 최초로 키나발루 산을 올랐다. 탐험대는 카다잔두순족에게 '선조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산 중턱에서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고 약속하고 파나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