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창가를 바라보다, 한 사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의 스침, 이것이 생에 그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것이다 그와 나는 전생의 연이 닿은 것일까? 네가 딛고 선 한 뼘의 땅이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고, 일부일 수도 있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때론, 뚜렷한 것보다 흐릿한 것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킬리만자로의 중턱, 호롬보 산장에서 맞는 아침은 찬란하다. 짙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에 마음도 더불어 투명해진다. 호롬보 산장은 킬리만자로를 찾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2~3일을 머무르는 곳이라서 항상 분주하다. 저 멀리 구름이 아침기지개를 펴느라 더 분주해 보인다. ^^' 킬리만자로를 일년에 열 댓번 이상 오르는 이들이지만, 이네들도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에게는 흔한 것이 카메라요 사진이지만, 이네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잠보! 만다라 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호롬보로 올라가는 포터들을 만난다. 우리같은 나그네는 잠시 머물다 가지만, 무거운 짐을 진 이들에게는 이곳이 일상이 펼쳐지는 터이다. 훨씬 고된 일을 하고있지만, 네모난 벽에 갇혀 일상을 보내는 우리보다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릴없는..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고 잿빛의 돌과 모래만이 전부인 세상... 킬리만자로 키보산장에서 호롬보 산장 가는 길은 그렇게 적막하고 황량하다. 적막하고 단조로운 길에 변화무쌍한 구름이 생기를 불어준다. 저 구름마저 없었다면, 시간이 멈춘 곳에 서 있다는 착각이 일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안달하지만, 자연속에서 인간은 한 점에 불과하다. 인간의 흔적은 자연에 한 줄의 선으로만 남는다. 킬리만자로는 인간의 몸부림을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새끼를 품은 어미처럼, 따스하게 바라본다. 과묵한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왜 그러냐는 듯 요란법석하다. 이리 틀고 저리 휘어틀고, 하늘의 구름은 자유롭다. 호롬보 산장이 가까워지니 키네시오 킬리만자리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길었던 ..
우후루 피크를 향해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하늘과 구름이 뒤돌아 서니 보인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바람을 타고 구름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한켠에서는 뭉게구름이 히말라야처럼 거대한 산군을 이루며 솟아 있다 마웬지(Mawenzi, 5149m)는 구름을 병품삼아 장엄한 자태를 빛내고 킬리만자로의 만년 빙하도 뒤질 세라 한 자리를 맡아 구름 위의 산책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이들로 인해, 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과 구름을 벗하고 쉬엄쉬엄 걷다보니, 길만스 포인트에 다다른다 길만스 포인트에서 발 아래 드리워진 구름의 향연을 만끽하며 쉬어간다 풍광에 취해 한량마냥 늘어져 있으니 동행한 친구가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손짓한다 길만스 포인트부터 키보 산장까지는 돌무더기와 화산재로 된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