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구름과 맞닿은 곳에 호롬보 산장(Horombo Hut)이 있다. 해발고도 3,720미터, 킬리만자로의 중턱에 자리한 호롬보 산장은 트레커들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정상에 다녀와서 쉬어가는 관문, 통과의례이다.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사람들이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관해서는 이야기해도 이곳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을 오름짓의 과정이 아니라, 정상을 딛는냐, 마느냐하는 결과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그러하다. 하지만 호롬보에서 널따란 돌멩이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해본 사람은 말한다. 파란 하늘아래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구름바다 사이로 활기찬 일상이 흐르는 아침을 맞아본 사람은 말한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멋진 아침인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오른 설봉들이 즐비한 히말라야에서도, 태고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세계 곳곳의 독특한 화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무엇. 그 무엇이 중국 황산(黃山)에 있다. 황홀한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해돋이나 해넘이는 운만 따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새하얀 구름이 기암괴석을 넘나들고, 소나무를 두르고 감싸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는 곳. 진경산수화같은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품고 있는 산은 흔치 않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 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 있는 작은 섬 리파리를 여행하며 이렇게 말했다. 풍경이 내 몸의 일부가 되..
중국에서 천하제일기산(天下第一奇山)이라고 칭해지는 황산(黃山)에 다녀왔습니다.중국 안후이성, 연화봉(蓮花峰, 1806m)을 비롯한 72개 암봉을 갖고 있는 산군을 황산이라 부릅니다. 명나라 때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서하객(徐霞客)은 30년에 걸쳐 중국 천하를 여행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五岳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岳’, 즉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상(嵩山)의 오악을 보고 온 사람은 평범한 산은 눈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황산을 보고 온 사람은 그 오악도 눈에 차지 않는다‘그리고 덧붙여서, 登黃山天下无山 觀止矣(등황산천하무산 관지의) ’황산에 오르니 천하에 볼 만한 산이 더는 없구나!’ 황산의 삼기(三奇)로 기송(奇松), 기암(奇岩), 운해(雲海)를 듭니다. ..
옛적부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人生에 빗대고, 혹은 인생을 山行에 견주어 왔다. 수많은 길, 오름과 내림, 정상 혹은 목표, 자신과의 진솔한 대면... 무엇인가를 향해 홀로 걸어가는 것. 발이 땅에 끌리도록 힘들고 지칠 때 '사는 것에 비하면 이까이껏 정도야!'하며 자신을 이겨내기도 하고, 고통을 견디고 견디어 정상에 올랐을 때 고된 인생살이에 대한 희망을 얻어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니 '산이 저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던 알피니스트의 말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이라 하여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옛 말 '건강 챙기는 데 등산 만한 것이 없다'하시는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의 말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