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루 피크를 향해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하늘과 구름이 뒤돌아 서니 보인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바람을 타고 구름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한켠에서는 뭉게구름이 히말라야처럼 거대한 산군을 이루며 솟아 있다 마웬지(Mawenzi, 5149m)는 구름을 병품삼아 장엄한 자태를 빛내고 킬리만자로의 만년 빙하도 뒤질 세라 한 자리를 맡아 구름 위의 산책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이들로 인해, 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과 구름을 벗하고 쉬엄쉬엄 걷다보니, 길만스 포인트에 다다른다 길만스 포인트에서 발 아래 드리워진 구름의 향연을 만끽하며 쉬어간다 풍광에 취해 한량마냥 늘어져 있으니 동행한 친구가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손짓한다 길만스 포인트부터 키보 산장까지는 돌무더기와 화산재로 된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
00:00 AM. 키보 산장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를 향해 나선다. 밤이라 기온은 낮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길만스 포인트까지 가파른 화산재길을 계속 올라야하는데,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의 표정에 결의가 깃든 긴장이 감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헤치며 걸은지 6시간 만에 길만스 포인트(Gilman's Point, 5681m)에 다다른다. 길만(Gilman)은 이 곳을 최초로 찾았던 탐험가인데, 그의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의 8부 능선인 키보 분화구에 올라 붙었고, 더 이상 가파른 오르막길은 없지만 5,681미터라는 벅찬 고도와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으로 인해,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이겨야 정상에 발을 딛을 수 있다. 06:20 ..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으뜸으로 영험하고 신성한 산이다. 일년내내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다는 것도 한 몫하지만, 킬리만자로의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신성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앞글에 이어 영겁의 시간같은 길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흘러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걸음이 무뎌지고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뎌지고 지친 걸음을 달래주는 것은 저 하늘과 구름이다. 여행중에서도 트레킹이라는 산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과 구름, 자연을 온전하게 벗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 일부가 되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같은 길을 걷는 사람과 그 쾌감을 공유하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하다. 나..
인도여행 후유증도 겪고(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유독 인도는!!!), 앞으로 걸어갈 길을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구월이 다 가버렸네요. 한가위도 다가오고 하여, 그동안 비행기에서 찍었던 사진을 추려서 한가위 선물로 올립니다. 풍요롭고 유쾌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