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AM. 키보 산장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를 향해 나선다. 밤이라 기온은 낮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길만스 포인트까지 가파른 화산재길을 계속 올라야하는데,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의 표정에 결의가 깃든 긴장이 감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헤치며 걸은지 6시간 만에 길만스 포인트(Gilman's Point, 5681m)에 다다른다. 길만(Gilman)은 이 곳을 최초로 찾았던 탐험가인데, 그의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의 8부 능선인 키보 분화구에 올라 붙었고, 더 이상 가파른 오르막길은 없지만 5,681미터라는 벅찬 고도와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으로 인해,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이겨야 정상에 발을 딛을 수 있다. 06:20 ..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으뜸으로 영험하고 신성한 산이다. 일년내내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다는 것도 한 몫하지만, 킬리만자로의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신성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앞글에 이어 영겁의 시간같은 길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흘러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걸음이 무뎌지고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뎌지고 지친 걸음을 달래주는 것은 저 하늘과 구름이다. 여행중에서도 트레킹이라는 산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과 구름, 자연을 온전하게 벗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 일부가 되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같은 길을 걷는 사람과 그 쾌감을 공유하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하다. 나..
호롬보의 찬란한 아침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코발트 블루의 하늘 아래 황량한 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 트레킹 3일차,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키보 산장(Kibo Hut, 4700m)까지 올라간다. 고도차이가 980미터이지만 키보 산장까지 큰 오르막없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4천의 고지대여서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큰 분화구인 키보(Kibo Circuit)를 온종일 바라보며 걷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 길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한다. 가볍운 차림으로 걷는 우리도 힘든데,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은 오직할까. 항상 그렇지만,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킬리만자로의 또다른 루트인 마차메 루트로 가는 갈림길에서 쉬어간다. 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