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est #03 비 오는 날의 에베레스트 쿰부 풍경


구름에 쌓여 신비로운 콩데 피크(Kongde Peak, 6186m)
앞서 소개한 쿠숨 캉그루와 더불어 에베레스트 쿰부지역에서 가장 등반하기 힘든 트레킹 피크로 손꼽힌다.

팍딩(Phakding, 2610m) → 벤카르(Benkar, 2710m) → 몬조(Monjo, 2840m) : 2시간
팍딩에서부터 벤카르까지는 듁코시를 오른편에 끼고 완만한 숲길이 한 시간 여 이어진다. 이후 철다리를 건너서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츄모아에 다다른다. 츄모아는 진달래과 만병초와 목련,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꽃이 만발하는 늦봄과 초가을에 매우 아름답다. 카샤르 콜라를 가로질러 오르막을 오르면 몬조이다. 몬조는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의 입구로서, 마을 끝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트레킹 퍼미션 신고를 해야 한다.


팍딩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는데 비가 여전히 나린다. 아무래도 계속 내릴 모냥이다. 
산에서 비는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걸을 때는 고약한 손님이다. 비에 젖어 축축해지는 것도 찝찝하지만,
고산에서는 체온을 떨어뜨려 산행을 초장부터 뭉그러뜨릴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유일한 방법은 방수자켓, 비옷, 배낭커버 등을 항상 준비하는 것이다.


내리는 비를 야속해하는 심정을 알 바 없는 강은 무심하게 흘러간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것이라서, 강물이 우윳빛을 띈다. 강의 이름은 듁 코시인데,
'듁'은 우유, '코시'는 강이라는 네팔 말로, 말 그대로 우윳빛 강이다.


벤카르의 롯지로, 차 한 잔 마시고 가기 좋은 곳인데, 비가 와서 패쓰~


돌담길이 구부렁거리며 마을로 이어진다.
이런 돌담도 길에서 자주 만나는 정겨운 친구 중 하나이다.


마을 어귀에는 여지없이 마니차와 마니석, 룽다가 서있다.
'옴 마니 반메 훔'


길 왼쪽에 재단처럼 평평하게 쌓아놓은 것은 무엇일까?
무거운 짐을 지고 나르는 포터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쉼터로, 이 또한 종종 볼 수 있다.


마니석은 돌을 평평하게 깎아서 경전을 새기기도 하지만, 커다란 자연석에 바로 새기기도 한다.
이십 여 명이 늘어서도 그 반도 안되니, 엄청난 크기이다.


비가 오자, 포터들도 짐에 비닐을 두르고 걸음이 빨라진다.


듁 코시를 가로지르는 철다리도 자주 만나는 친구이다. 


'움머, 나 처럼 덩치 큰 야크가 방방 뛰어도 안끊어질 정도로 튼튼하다구요!'


누추한 이들의 복장을 보고 그들의 됨됨이를 가볍게 판단하지만
이들의 초연한 걸음걸이를 보면 그것이 커다란 오판임을 깨달게 된다.


비가 오면 좋은 것은, 초록이 싱그러운 활기를 되찾는 것


좀체 멈추지 않을 듯 하던 비가 그치고, 햇볕이 가는 길을 쨍하게 비추어준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의 귀퉁이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낙의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몬조의 마을 어귀에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친 포터들이 짐을 풀어놓고 쉬고 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마당이 너른 롯지에 짐을 풀고, 에베레스트 쿰부 첫 날의 트레킹을 마친다.


히말라야의 설봉들이 구름 사이로 살풋 얼굴을 내어밀고, 반가이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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