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고 잿빛의 돌과 모래만이 전부인 세상... 킬리만자로 키보산장에서 호롬보 산장 가는 길은 그렇게 적막하고 황량하다. 적막하고 단조로운 길에 변화무쌍한 구름이 생기를 불어준다. 저 구름마저 없었다면, 시간이 멈춘 곳에 서 있다는 착각이 일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고 안달하지만, 자연속에서 인간은 한 점에 불과하다. 인간의 흔적은 자연에 한 줄의 선으로만 남는다. 킬리만자로는 인간의 몸부림을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새끼를 품은 어미처럼, 따스하게 바라본다. 과묵한 지상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은 왜 그러냐는 듯 요란법석하다. 이리 틀고 저리 휘어틀고, 하늘의 구름은 자유롭다. 호롬보 산장이 가까워지니 키네시오 킬리만자리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길었던 ..
우후루 피크를 향해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하늘과 구름이 뒤돌아 서니 보인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바람을 타고 구름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한켠에서는 뭉게구름이 히말라야처럼 거대한 산군을 이루며 솟아 있다 마웬지(Mawenzi, 5149m)는 구름을 병품삼아 장엄한 자태를 빛내고 킬리만자로의 만년 빙하도 뒤질 세라 한 자리를 맡아 구름 위의 산책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이들로 인해, 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과 구름을 벗하고 쉬엄쉬엄 걷다보니, 길만스 포인트에 다다른다 길만스 포인트에서 발 아래 드리워진 구름의 향연을 만끽하며 쉬어간다 풍광에 취해 한량마냥 늘어져 있으니 동행한 친구가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손짓한다 길만스 포인트부터 키보 산장까지는 돌무더기와 화산재로 된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
호시노 미치오 1996년 7월 22일 러시아 캄차카 반도 쿠릴 호에서 TBS 프로그램 취재. 8월 8일 쿠릴 호반에서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 향년 43세. 대학 새내기를 나던 여름, 토막으로 접한 글에서 호시노 미치오를, 캄차카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호시노 미치오라는 사람이, 캄차카라는 곳이. 10대 후반 청년시절 알래스카로 떠난 이래, 20여 년간 알래스카의 자연을 시처럼 담아낸 세계적인 야생사진가. 한동안 '알래스카 이야기'를 비롯한 호시노 미치오의 자취를 쫓아다녔다. 야생사진가라는 그의 삶, 그가 사랑했던 알래스카와 캄차카를 알게 된 후부터 이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열망, 꿈에 사로잡혔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하더니, 진실이다. 2008년 여름, 캄차카 땅을 밟아볼 수 있는 ..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던,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사라지고 있다. 『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2007년 현재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지난 1912년 최초 조사 시점 당시 측정됐던 면적에 비해 85%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와 함께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만년설의 융해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체 면적이 26%나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끝으로 현재 추세라면 13~24년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희생양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유엔 환경계획(UNEP)의 닉 너톨 대변인은 현재 진행중인 지구 온난화의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