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기탄잘리' 한 권과 빈 노트, 최소의 옷가지를 챙겨서 막연하게 꿈꿔왔던 인도를 찾아간다. 타인만이 가득한 그 곳에서 치열하게 자신과 마주보기 위해 홀로 떠난다. 델리에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공기뿐만 아니라 바람, 대지, 모든 것이 끈끈하고 무덥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불쾌한 공기가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두려움으로 모두 치환시켜버린다. 잠시 멍하게 서있다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사람과 함께 택시를 잡아타고 델리 시내로 들어간다. 델리의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소와 동물, 차와 릭샤로 활기차고 분주하다. 그들은 작열하는 태양이 무안하도록 아무렇지 않게 오랫동안 이어온(그리고 변함없이 지켜갈 듯한) 일상을 채우고 있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