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기행 1편 '신과 사람이 함께 노니는 땅' - 왓 시엥통과 칸강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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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라오항공(QV)을 타고 루앙프라방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입국하면서 바로 라오스 도착비자($30)를 받고 공항밖으로 나와 서성인다.
국제공항이라 하기엔 규모가 작고 너무나 한적하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첫 대면이 더없이 좋다.

실로 오랜만에 가이드로서가 아니라 홀로 떠나온 배낭여행이라, 설렘과 흥분 만빵이다.
네팔 출장을 마치고 바로 들어온 지라 딱히 준비해서 온 것은 없다.
그냥 마빡이처럼 부딪혀 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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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항에서 루앙프라방 지도를 하나 사고, 노마드 배낭족의 소중한 친구, 론리 플래닛을 펼쳐본다.
'책속에 길이 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가난한 여행자에겐 그닥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시간과 엽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무수하게 보여주는 길은 차라리 곤혹스럽다.

내게 주어진 나흘을 가장 신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루트짜기에 돌입한다.
'루앙프라방이 볼거리가 많으니 이틀은 보내야 겠는데... 다행히도 저녁버스가 있군!
밤에 방비엥에 도착해서 아침부터 동네 한바꾸 돌고, 저녁에 비엔티엔으로 이동.
비엔티엔 반나절 돌아보고 컴백홈! 됐군, 근데 좀 힘들겠는데. 이런.'

이번엔 좀 여유롭게 쉬었다 오자 했건만, 길의 찐한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


캄보디아인들은 쌀을 파종하고
베트남인들은 그 쌀을 수확한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 인도차이나 반도 속담 -

■ 공식 국가명 : 싸탈라나랏 빠사티빠타이 빠싸손 라오(LPDR, 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라오스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그냥 짧게 라오스(Laos)라고 대부분 부른다.
■ 면적 : 236,800㎢ / 인구 : 600만명 / 수도 : 비엔티엔 / 공용어 : 라오어 / 종교 : 소승불교가 90%
■ 특징 : 무혈 공산주의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답게 인민들에게 관대하며 치안유지가 잘되어 있어서 폭력배나 술주정뱅이 등은 찾아볼 수 없고, 가난하기는 하지만 거지도 없는 평화로운 국가
■ 뉴욕타임스가 2008년에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관광지 1위로 라오스를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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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황금 불상의 도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인 도시'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등 숱한 수식어가 루앙프라방에 따라 붙는다.
책자와 지도를 번갈아보다 '소문난 잔치가 별 볼일 없다던데, 그런 거 아니야?' 순간 삐닥해진다.
길손의 마음은 간혹 이렇게 갈대와 같이 흔들린다.


루앙프라방(Luang phrabang)의 유래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 '100만 마리 코끼리'로도 불리웠던 란쌍왕조가 메콩강 지류에 자리잡은 수도로
8백여 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화려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도시이다.

도시의 원래 이름은 '무옹스와'였으나, 1356년 스리랑카에서 건너왔던 황금불상 '프라방'이 이 곳에 옮겨진 이후부터
'위대한 황금불상의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루앙프라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다.
그 후, 1536년 지금의 수도인 비엔티엔으로 왕궁이 옮겨지기 전까지 왕도(王都)로서, 불교의 중심지로서 영화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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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ttahat Road에 있는 찬티 반치트 게스트 하우스(Chanthy Banchit Guest House)에 여정을 푼다.
예상했던 것보다 방값이 많이 비싸서 주인장과 실갱이를 하다가, 방을 둘러보고 흔쾌히 응한다.
라스오풍이 물씬 풍기는 멍석과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에 마음을 확 빼앗겨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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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강가에 자리한 노천 레스토랑에서 메콩강을 바라보며 굶주린 배를 채운다.

자~ 뭘 먹어 볼까나? 라오스식 칼국수, 카오 삐약센을 고른다.
우리의 칼국수와 맛이 비슷한데, 무엇보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쌀국수 면발이 끝내준다.
거기다 매콤한 양념장과 고추를 넣어 먹으면 말 그대로 일품이다.

p.s 괜스레 침만 흘리게 하곤, (성격상 음식 사진은 안찍는 관계로)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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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 하면 곧 '왓 시엥통(Wat Xieng Thong)'이라 한다.
도대체 어찌 생긴 사원이길래!?

메콩강을 따라 정오의 땡볕을 받아 늘어져 있는 길을 선걸음으로 찾아온다.

기대했던 것보다 다소 작다. 아니, 아담하다. 하지만... 장엄하다!
웅장하고 커다란 존재의 기백에 대해 '장엄하다'고 말하는데, 이건 작지 아니한가.
이 무슨 이율배반이요, 아이러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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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정열과 환희를 한껏 표출하고 있는 '생명의 나무'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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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기운을 한 치의 거스름 없이, 그대로 땅으로 이어주는 부드러운 곡선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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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아니면, 작은 불당에 모셔진 부다의 존엄한 기백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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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궁금한 사람은 한번 찾아가 보시구려.
왓 시엥통을. 활짝 핀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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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시엥통때문에 제 빛을 환히 발하지 못하고 있는 황금빛 법당을 둘러보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왓 시엥통(Wat Xieng Thong)

전설에는 라오스가 건국되던 당시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1560년 셋타티랏 왕에 의해 왕실 사원으로 건립되었다고 역사는 말한다.
왓 시엥통은 메콩강과 칸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오랜 세월동안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도 수행했다.

지붕이 아래를 향해 낮게 흐르도록 만들어져 있는, 전형적인 루앙프라방 양식의 건축물이며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우아하고 장엄하며 오래된 사원의 하나이다.

본당 뒤편에 불상을 안치한 3개의 불당과 탑이 있고
붉은 벽에 섬세하고 아름답게 모자이크된 '마이통 나무'는 루앙프라방의 기원설화와 관련이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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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는 수많은 옛왕궁, 수많은 사원, 수많은 불상이 있다하더니
막말로 발에 치이는 것이 사원이요, 불상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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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날이 더워 그늘에 앉아 라오비어를 들이키고 있는데
아이들의 유쾌한 웃음과 텀벙텀벙 물가르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인고?
저 아래 칸강에,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판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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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아이들이 시원하게 바위를 박차고 물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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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도 쉬지 않고 온 몸을 세상에 푹 담그는 요 녀석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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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만한 짐을 지고 가는 아이를 불러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환한 미소를 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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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이 함께 노니는 땅, 라오스'
17세기 예수회 신부, 펠리포 드 마리니가 먼 나라에 와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왓 시엥통에 깃든 존엄한 부다의 마음과 강가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노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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