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황홀한 여명과 해돋이 [Trek 7 키보 산장 - 스텔라 포인트]


00:00 AM. 키보 산장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를 향해 나선다.
밤이라 기온은 낮지만 바람이 잔잔해서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길만스 포인트까지 가파른 화산재길을 계속 올라야하는데,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의 표정에 결의가 깃든 긴장이 감돈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헤치며 걸은지 6시간 만에 길만스 포인트(Gilman's Point, 5681m)에 다다른다.
길만(Gilman)은 이 곳을 최초로 찾았던 탐험가인데, 그의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의 8부 능선인 키보 분화구에 올라 붙었고, 더 이상 가파른 오르막길은 없지만
5,681미터라는 벅찬 고도와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으로 인해,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서 이겨야 정상에 발을 딛을 수 있다.


06:20 AM. 동쪽 하늘에서 시나브로 여명이 밝아온다.


발 아래로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빛이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지금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밤을 지새며 올라서 몸이 피곤하고, 고소증세도 더해져서 머리속이 몽롱한게
저 구름이 푹신한 이불처럼 보인다.


키보 분화구의 안쪽을 에둘러서 길이 이어지는데, 이 쪽은 구름의 화염에 덮여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이 맞는지...


이내 구름이 걷히면서 사위가 환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능선의 끝부분이 바로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이다. 


키보 분화구 너머로 만년 빙하가 살풋 보인다.


06:26 AM. 킬리만자로의 붉은 눈동자가 구름바다 너머에서 떠오른다.


길에 털석 주저앉아 떠오르는 해를 하릴없이 바라본다.


無言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앞에서 말을 잃는다.


빛이 스며들면서 킬리만자로의 신비로운 속살이 드러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던가
이 높은 곳에 오르는 사람이 킬리만자로의 숨겨진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킬리만자로의 삼대 비경을 꼽으라면 해돋이, 만년 빙하와 더불어 이 풍경을 꼽겠다.


햇볕이 들면서 추위에 움츠렸던 몸에도 온기가 돈다.
태양, 빛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온몸으로 겪고서야 절실히 깨달는다.


구름바다가 걸쳐진 만년 빙하, 아름답구나, 아름다워!


힘들고 고된 길이지만, 이 풍경이 있기에 오를만 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올라야만 볼 수 있기에 더없이 소중한 풍경이다.


마차메 루트에서도 사람들이 삼상오오 올라온다.
콩알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만년 빙하가 얼마나 큰 지 짐작이 가시는지?


스텔라 포인트(Stella Point, 5756m)에서 마차메 루트로 올라온 사람들과 조우한다.
스텔라 포인트는 정상으로 향하는 길의 9.5부 능선이다. 고로, 거의 다 왔다!


하늘은 어느덧 장인이 날을 세운 칼이 울고가도록 파랗고, 사람들은 기쁨에 달뜬다.


솟아오른 해는 이제 드넓은 구름바다에서 출렁거린다.


운수대통, 더없이 좋은 날을 받아서 해돋이를 만끽했으니
힘을 내서 킬리만자로의 정상도 밟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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