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를 걷노라면... [Trek 5 호롬보 산장-키보 산장]


호롬보의 찬란한 아침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코발트 블루의 하늘 아래 황량한 킬리만자로의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

트레킹 3일차,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키보 산장(Kibo Hut, 4700m)까지 올라간다.
고도차이가 980미터이지만 키보 산장까지 큰 오르막없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4천의 고지대여서 숨을 고르기가 힘들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큰 분화구인 키보(Kibo Circuit)를 온종일 바라보며 걷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 길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한다.
 

 
가볍운 차림으로 걷는 우리도 힘든데,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은 오직할까.
항상 그렇지만,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한다.

  
킬리만자로의 또다른 루트인 마차메 루트로 가는 갈림길에서 쉬어간다.
건장하고 듬직한 이 청년은 우리팀의 가이드, 어거스트(August)이다.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고지대인지라, 그늘 한 점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하늘을 자유로이 떠도는 구름만이 간혹, 그늘을 드리워줄 뿐이다. 

 
키보 분화구에 눈이 덮여 있는 부분이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이다.
그리고 이 눈이 바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다.

 
일을 마친 짐꾼들은 다시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집과 가족을 향하는 길이라 그런지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 아래 우뚝 선 킬리만자로
고되고 힘든 길을 걷는 동안 유일한 볼거리이자, 커다란 위안이 되어주는 풍경이다.

 
길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마지막 식수가 있다.
키보 산장에는 물이 없어서 이곳에부터 물을 담아 이고 가야한다.

 
짐꾼이 들고있는 노란 물통
킬리만자로에 오르는데 없어선 안되는 필수품이다.


파란 하늘을 쫓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언덕을 오른다. 


언덕에 올라 한숨 돌리며, 기념촬영을 한다. 
'저 산처럼 꿋꿋하게' 라는 말. 킬리만자로의 키보 분화구와 더없이 잘어울리는 말이다.

 
언덕 아래로는 키보 분화구를 정면으로 독대하고 가는 길이 이어진다.
 

 
마치 키보 분화구에서 흙빛 물줄기가 흘러내려오는 듯 하다.


평지에 가까운 길이지만, 고도가 높아서 일행들의 걸음이 시나브로 늘어진다.


이 길을 걷노라면,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튀어나와 대면한다.


걷고 또 걷는 길, 그게 인생이야


너무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과 보폭을 맞춰서 걷는거야


뒤쳐진다고 고민할 것 없어


조금 늦더라도, 너의 길을 열심히 가면 되는거야
그게 인생이라는 길이야!


길가에 소박한 꿈을 담아 정성들여 돌탑을 쌓는다.
소소한 즐거움은 가까운 곳에 있다.


길은 영겁의 시간처럼 계속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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