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01 인도 여행자의 통과의례, 델리 메인바자르


인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수도인 델리, 인도를 찾는 여행자들이 통과의례로 들러가는 델리의 빠하르간지, 메인바자르.

2002년 붉은 악마의 함성이 한창 온세상을 울릴 때 찾아든 이후, 7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과 숨막히는 후텁텁한 공기, 수많은 사람들과 릭샤, 차가 뒤엉켜 소란스럽고 북적대는 거리는 변함없다.


처음, 인도를 꿈꾸다 델리 메인바자르에 찾아들었을 때 느꼈던 혼란과 어리둥절, 불안해 하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꿈꾸고 동경해오던 인도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잘 못 온 것 아닌가?!'

인도를 단박에 느끼고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장되지 않은, 메인바자르에서 나그네의 일상을 꾸려가는 것은 여행자들의 통과의례이자,
인도 여행에 필요한 기술과 요령을 배우는 일종의 인턴실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차례 인턴실습을 호되게 치르고 다시 찾아와서 인지, 이번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다.
카오스적인 거리와 후텁지근한 공기가 되려 더없이 친숙하고, 반가웁다.


메인 바자르를 중심으로 거미줄 처럼 얽혀 있는 골목, 골목에는
수많은 호텔 및 게스트 하우스, 온갖 가게와 식당, 카페, 여행사, 거리의 장사치들이, 여행자들을 부르며 손짓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곤 다 있어서, 무사히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면 여행자들이 머물고 지내기엔 더없이 좋다.


인도를 그리워 할때마다 항상 입맛을 다시던 것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짜이와 라씨이다.
짜이는 홍차와 우유를 섞어서 만드는 차이고, 라씨 또한 우유로 만드는데 요거트와 밀크쉐이크의 중간이라고 가늠하면 된다.

인도에서 마쌀라를 비롯한 향료가 강한 음식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필자는 인도의 모든 음식과 궁합이 찰떡이다. 그 중에서도 이 두 가지를 제일 좋아라 하니, 잰걸음에 메인바자르 서쪽, 극장 사거리에 있는 라씨집을 찾아간다.

바나나 라씨, 망고 라씨, 오렌지 라씨, 플레인 라씨... 무얼 먹을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달콤한 망고 라씨를 훌쩍 들이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고향의 맛!


의자에 걸터앉아 있노라니, 한 사내가 다가온다. 그리고 대뜸 한마디를 툭 던진다. 사진 찍어달라고.
이내들 사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구만, 카메라를 들자 준비한 마냥 바로 포즈를 취해 준다. 참으로 멋지고 훌룡한 모델이다.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나무가 우거져 시원하고, 다른 거리에 비해 다소 한적한 곳이 있는데
이곳에는 과일장수들이 늘어서 좌판을 펼치고 있다. 바나나, 망고, 키누, 석류, 파파야 등... 인도의 모든 과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과일은 보통 1kg에 15~20Rs(루피) 정도 하는데, 우리 돈으로 400~500원 정도이니 거저나 다름없다.
버짓 여행자, 즉 저예산 배낭여행자에게는 아주 훌룡한 아침식사 & 디저트가 된다.


무엇을 사던, 흥정은 필수!

인도에는 '제패니즈 프라이스'라고 있는데, 일본사람들은 부르는 데로 준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이네들 덕분에 대부분이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곤 하는데, 흥정에는 다음 전술을 지키면 즐겁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인도에서 즐겁게 흥정하는 세가지 방법

1.지피지기 전술 - 사전에 물건 값을 알아보고, 흥정하라. 필히 더 주어서는 안되고, 더 깎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기술에 달려있다.
단, 턱없이 깍으면 장사꾼이 손사례를 치며, '크래이지' 소릴 듣게 되는데, 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2.발품삼판 전술 - 그렇담 '크래이지' 소리를 안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발품을 팔아 여러 곳(최소 삼판)을 둘러보고 흥정한다.
특히나 인접해 있는 가게의 경우, 세 곳 이상에서 같은 값을 제시하면 그것이 일반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피지기 전술의 허점은, 동네마다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으로 (제일 싼값을) 적용하려 할 경우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가령, 델리에서는 10Rs에 샀는데, 소도시에 가서도 그 값을 생각하고 깍으려 할 경우, 십중팔구 '크레이지' 소릴 듣게 된다.
원산지가 아닌 경우, 대도시의 물가가 제일 싸다는 것을 항상 주지하라.

 3.낙낙미소 전술 - 흥정하는 것 자체를 현지인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환한 미소로 장사꾼을 대하라. 
간혹, 5Rs(한화 150원 정도)에 목숨을 걸고 깍으려고, 작렬하는 태양아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이가 있는데, 이는 어리석다.
'그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속는 기분이 나뻐서 실갱이를 한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물론 필자의 심정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갱이를 마치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허무한 경우가 더 많다. 겨우 요거 깍으려고 그렇게 힘을 썼나 싶은 것이,,,
적당한 선에서 흥정이 되면, 괜스레 힘빼지 말고, '서로 좋은게 좋은 거지' 하곤 현지인과의 소통, 그 자체를 즐기자.

그리고 환한 미소... 얄궂고 속임에 능수능란한 이도 똑같은 사람이다. 웃는 얼굴에 침뱉는 사람 없다. 고로 웃자.



시원한 그늘 아래서, 짜이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즐거움이란!


인도 국립박물관에 가기 위해 뉴델리 역에서 델리 메트로를 타고 센트럴 시크리터리어트(Central Secretariat)에서 내린다.
인디아 게이트 방면으로 나오니, '인도 정치의 중심이'라는 비자이 쵸크의 동서 방향으로, 라즈 파트(Raj Path)가 힘차게 뻗어 있고,
서쪽 방향에 '왕의 길'이라는 의미답게 웅장한 대통령궁(Presidential Palace)이 있다.

대통령궁(Presidential Palace)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립되어 1950년까지는 총독 하우스(Viceroy’s House)라고 불리우며, 영국 총독 관저로 사용되었고
독립하면서 대통령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궁전의 내부에는 무굴정원이 있지만 관람절차가 복잡하다.
 


델리 메트로(Delhi Metro)

델리 메트로는 총 4단계의 계획으로 건설되어, 현재 1단계로 2004년에 개통한 1호선(빨강색)과
2005년에 개통한 2호선(오렌지색), 3호선(파랑색)이 운행되고 있다. 3호선의 파랑색 점선은 곧 개통 예정을 의미한다.
이어서 2단계-2010년에 2, 3호선 연장 개통, 3단계-2015년 4,5호선 개통, 4단계-2021년 1호선 연장, 6,7,8호선 개통을 목적으로 
도시 곳곳에서 광역전철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메트로는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행되며, 교차역에서의 막차시간이 위와 같이 표시되어 있다.
 각 역의 카운터에서 현금을 주고 토큰을 사서 들어가고, 내리는 역에서 토큰을 기계에 반납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이용요금은 최저 6루피부터, 거리에 비례해서 1루피씩 추가되는데 최고요금은 22루피이다.

다른 대중교통보다 빠르고 편리하여 많은 인도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고,
델리의 어느 곳 못지않게 냉방이 잘 되있어서 여행자들이 피서지로 찾아들기도 한다.

하지만 메트로는 군사시설로 지정되어 역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각 역에서 X레이 검사를 한다.
따라서 가급적 큰 가방을 메고 타거나,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신상에 좋다.
 


라즈 파트의 일직선상 맞은편에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가 서 있다.
하 햇빛이 쨍하고 무더워서 아래까지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멀찍이서 바라만 본다. ^^;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위해 싸우다가 죽은 병사의 넋을 기리는, 인도 최고의 전쟁기념물이다.
1931년에 완성되어, 1972년에는 인도독립 25주년을 기하여 '불멸의 불'이 점화되었고,
높이 42m의 아치에는 9만여 명의 참전장병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한 가까운 거리에는 1972년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작은 인디아게이트'가 있다.



한낮의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걸으니 온몸에 땀이 샘솟듯 흐른다. 가까스로 인도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New Delhi)에 도착.
가방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어서 건물 오른편 뒤쪽에 있는 카운터(?)에 맡기고, 현관에서 보안수색 겸 몸수색을 한차례 치른 후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국립박물관답게 냉방이 빵빠방빵해서 별천지에 들어온 듯 하다.

입장료 : 인디안 10루피, 외국인 300루피, 학생 1루피 / 카메라 촬영 : 인디안 20루피, 외국인 300루피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자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입장료를 차별해서 받는 것에 대해 기꺼운 마음으로 군말없이 동의하는 편인데,
이건 무려 30배, 게다가 카메라도 15배! 꼭 봐야하나? 순간 망설인다. 학생증을 가져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나마나한 후회를 하곤,
삐질삐질 흘린 땀이 아까워서, 카메라는 다시 카운터에 맡겨두고 입장료(한국돈 8,500원 정도)만 끊어서 들어간다.

1층에는 5,000년 전 석기시대 유물부터,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인 하라파의 출토품과 간다라의 불상,
그리고 역사적인 순서대로  마우리아 왕조와 굽타 왕조의 유품,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포함한 진귀한 불교유적 등이 전시되어 있고,
더불어 중앙아시아 각지의 유물(돈황의 고대벽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시하고 있는데, 유물 하나, 하나가, 감동 그 자체이다.
또한 불교 유적 전시관에서 티벳스님 두 분이 진신사리 앞에서 염불을 외고 오체투지를 하시던 모습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

다 돌아보고 난 후에 찾아드는 생각은, 인도를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필히 강추를 해야겠다!
"반나절 정도 여유를 갖고 인도 국립박물관을 꼭 찾아가세요! 인도를 비롯한 세계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인도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 http://www.nationalmuseumindia.gov.in/

인도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New Delhi)

인도 뉴델리에 있는 박물관. 인도 미술사와 인도 미술의 도상 및 불교 연구를 위해 세운 이 박물관은 아시아 고대유물 박물관과
통합되어 인도와 중앙 아시아의 보물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소장품 가운데는 미술·고고학·인류학·장식미술·비문연구 등에 관련된 것들이 있다. 주요 회화소장품은 인도 세밀화로
무굴·라지푸트·데칸·파하리 유파 및 그 이전의 것들이 소장되어 있다. 황금 잉크로 쓰고 채색한 유명한
<바가바드기타 Bhagavadgῑtā〉를  비롯해 화려한 옛 필사본들도 소장되어 있으며,
그밖에 사원에 매달아 놓았던 것들과 화려한 무늬의 사리, 보석으로 장식된 무기, 채색 도기 등도 소장되어 있다.

오렐 스타인 경이 찾아낸 중앙 아시아의 고대 유물들 중에는 인도 외의 지역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불교의 벽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도의 모든 기차는 델리로 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델리는 인도철도의 중심지이다.
이로 인해, 인도를 찾은 여행자는 최소 한번 이상 통과의례로 델리에 들를 수 밖에 없다.


메인 바자르에 땅거미가 깔리자, 햇볕을 피해 숨어 들어갔던 사람들도 모두 나와 거리는 더욱 수다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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