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사람들 및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Part 2 아루샤-마랑구 게이트]


인천에서 23시간 여를 비행기를 타고(도하 경유) 케냐의 나이로비로 와서, 다시 여섯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탄자니아의 아루샤(Arusha)
아루샤 시내에 있는 임팔라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여행 삼일째 아침을 맞습니다.

아루샤는 탄자니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인 메루(Mt. Meru, 4566m)의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서 녹음이 무성하고 푸른 도시입니다.
사막의 사람들이 오아시스 주변에서 삶을 일구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메루산이 바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강렬한 아침햇볕이 밤새 고요히 쉬던 대지를 시나브로 달구며 안개가 피어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야 하듯,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찾으러
킬리만자로 국립공원(Kilimanjaro National Park)의 입구인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로 향합니다.

아루샤에서 모시(Moshi)를 지나 마랑구 게이트까지는 3시간이 걸립니다.
비행기 23시간+나이로비에서 아루샤까지 6시간+다시 3시간이라, 실로 킬리만자로를 향하는 길이 멀고도 멉니다.



인근 마을에 들러서 간밤에 준비해 놓은 쌀, 야채, 계란, 빵 등의 식량과 버너, 냄비 등의 취사도구를 차에 실습니다.

킬리만자로의 산장에서는 숙박만 가능하고, 모든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합니다.
현지의 주방장이 동행해서 요리를 해주기는 합니다만, 요리라는 것이 스파게티, 스프와 쏘시지, 빵 등의 서양 스타일 일 뿐이고,
한국사람은 빨간 고추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지대로 힘을 쓸 수 있을 뿐이고...

고, 고로, 한식을 조리하기 위한 재료를 넉넉히 챙깁니다.
그럼 음식은 누가 만드냐구요? 고건, 가이드겸 삼류 요리사인 제가 직접 합니다. ㅎㅎ;



마지막 체크를 하고, 차 위에 짐을 올리고 노끈으로 단디 묵습니다.



킬리만자로의 6개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시라 루트(Sira Route)로 갈라지는 곳에 자리한 마을
보마 응옴베(Boba Ng'Ombe)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망고장수가 때아닌 횡재를 맞아, 환히 웃습니다.
하루에 팔 분량의 반 이상을 한방에 처리했으니 환하게 웃고도 남을 법합니다.

망고를 맛나게 먹으며, 망고장수에게 제대로 '운수 좋은 날'이 되길 바래봅니다.



'the Coke side of Life'
거창한 간판을 달고, 콜라병처럼 생긴 요거이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글로번 기업인 코카 콜라에서 마케팅 차원으로 세워놓은 가게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이 가게는 오로지 콜라, 환타 등의 탄산음료와 맥주만 파는 '음료수 전문가게'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내부에는 커다란 냉장고 하나와 파는 사람, 둘만이 오롯이 있습니다.
 
탄자니아 사람의 절반 정도가 음료수로 콜라와 환타 등의 탄산음료를, 나머지 절반은 맥주를 마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탄산음료와 맥주를 좋아하니, 음료수만 파는 가게가 있을 법도 합니다.



킬리만자로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인 모시(Moshi)에 살고있는 가이드, 빠뜨리키의 집에 잠시 들렀다 갑니다.
마당 한켠에 널린 빨래들이, 우리네 시골 안마당처럼 정겹습니다.



빠뜨리키의 아들인데,
갓 다섯살 짜리의 눈빛이 어찌 이리 많은 것을 담고 있을 수 있는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불현듯 영화배우 시키면 대성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ㅎㅎ;

빠뜨리끼는 더 이상 자식을 낳지 않고, 요 녀석과 동생 하나만 교육을 잘 시켜서
훌룡하게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길가에서 서성이다 학교에 가는 꼬마학생과 마주칩니다.
하얀 셔츠에 파란 스웨터, 노란 바지까지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냥이 너무 귀엽지요? ^^



황톳빛 길과 똑같은 황톳빛의 지붕을 올린 집이 길가에 죽 늘어선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트레킹을 하면서 영양보충할 고기를 사려고 푸줏간에 들릅니다.
아프리카에는 대부분 냉장고와 얼음이 없기에, 이렇게 생고기를 걸어놓고 칼로 잘라서 팝니다.
우리도 고기가 상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입산 직전에 돼지 2kg, 쇠고기 1kg를 장전합니다. ㅎㅎ

덧. 한장 담고 또 찍으려 하니, 고마 하라고, 저 무시무시한 칼로 헹가레를 치더군요. 에고, 무서버라~ ^^;



마랑구 게이트 직전에 있는 히모(Himo)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킬리만자로를 찾는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다른 동네에 비해서 활기차고 깔끔합니다.

빨간 박스에 있는 것이 모두 코카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입니다.
탄자니아 사람덜, 정말 탄산을료를 좋아하지 말입니다.



KARIBU/WELCOME TO
KILIMANJARO NATIONAL PARK

이곳저곳을 들르다 보니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네 시간 만에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 도착합니다.
카리부(Karibu)는 'Welcome'을 뜻하는 스와힐리어입니다.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우후루 피크(Uhuru Peak, 5895m)에 오르는 트레킹 루트는 여섯개가 있습니다.
서쪽의 시라 루트(Shira Route)와 레모쇼 루트(Lemohso Route), 남쪽의 마차메 루트(Machame Route)와 음브웨 루트(Umbwe Route),
동쪽의 마랑구 루트((Marangu Route), 북쪽의 롱가이 루트(Rongai Route)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트레커가 찾고 있는 트레킹 루트는
'코카콜라 루트'라고 불리우는 마랑구 루트와 '위스키 루트'라고 불리우는 마차메 루트입니다.



요렇게 보면 더 편하게 볼 수 있지요? 누군가 친절하게 맹글어 놓았네요. ^^
저는 지금 지도의 오른쪽 노란색 깃발 아래 마랑구 빌리지 위에 있는 공원 관리사무소에 도착한 것입니다.

'코카콜라 루트'라고 불리우는 마랑구 루트를 따라서 만다라 산장, 호롬보 산장, 키보 산장을 지나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우후루 피크에 올라갈 계획입니다. 왕복 5일이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대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커다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 마랑구 게이트 관리사무소가 보입니다.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마랑구 게이트 관리사무소에서 킬리만자로 입산서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명부에 패스포트 및 인적사항을 적고, 직접 싸인을 해야합니다.

하산할 때도 이곳에서 다시 한번 똑같은 사항을 기재하고, 동행한 가이드가 정상 등정 여부를 체크합니다.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는 두툼한 종이로 된 킬리만자로 등정증을 발급해 줍니다.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하려면 얼마나 들어가는지 궁금하시다구요?

▣ 전체 일정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선비용

1. 응급처치 비용 : 1인 $20
2. 가이드 및 포터 입산 비용 : $3~$4 (현지 가이드 및 포터는 일정에 상관없이 1인 $1인데, 보통 1명에 3~4명 정도의 스텝이 동행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예산을 잡습니다)

▣ 1일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

1. 킬리만자로공원 입산료 : $60/1일
2. 산장 또는 캠핑비용 : $50/1일

□ 저는 5일간 트레킹 할 예정이므로 공원내 체류비만 $23(선비용) + $300(입산료) + $250(숙박비) = $573 정도를 지불합니다.
이것은 차량 및 트레킹 시 식사 비용, 가이드 및 포터의 임금은 포함하지 않고, 공원내에서 체류하는데에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아루샤 및 모시에 있는 여행사에서 신청을 하면 공원내 체류비용에 이동차량 및 식사, 가이드 및 포터 임금을 포함해서 2인 출발에 1인당 $1200~$1500정도를 지불하면 가능합니다. 물론 인원과 등반 코스에 따라, 비용을 얼마나 깍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




가이드, 어거스틴이 입산허가를 받는 동안 공원주변을 서성입니다.

강수량이 풍부했던 시절에 호주에서 유칼립투스를 수입해서 마랑구 게이트 주변에 많이 심었었는데,
세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아 지역의 강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현재는 오히려 베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10~20년 후면 킬리만자로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영향이 입구에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한가로이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썩 편치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엇을 하려고 길게 줄 서 있는 걸까요?

다름 아니라, 포터들이 출발 전에 짐의 무게를 달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공원 규정상 1인 15kg로 한정지었다고 하는데, 그 이상의 짐을 메고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 스텝들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원 한쪽에는 공원내에서 지켜야 할 주의 및 안전사항을 깨알같이 적어놓았습니다.
말은 많아도 간추리면, 쓰레기 버리지 말고, 야생 동물 및 식물을 헤치지 말아라 하는 내용입니다.



1889년에 유럽인 최초로 킬리만자로를 오른 한스 마이어의 부조상도 있습니다.
유럽인의 입장에서 보면, 도전 정신이 투철한 탐험가이지만, 이 곳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침략자가 아니었을런지...

그리고 각 산장까지 걸리는 시간과 높이가 표시되어 있는데, 컨디션이 최상일 때 이바구이고,
보통 사람들은 저 시간에 1~2시간을 더해야 합니다. ^^;  



유럽에서 떼로 온 트레커의 스텝들이 출발 전에 흥겨이 춤을 추면서 킬리만자로 송을 부릅니다.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리맘브레브사나
(킬리만자로, 가장 높은 산)
나마우엔지 나마우엔지 나마우엔지 리맘브레브사나
(그리고 마웬지 산, 가장 높은 산)
에웨뇨카 에웨뇨카 에웨뇨카 에웨뇨카, 보나 와니종그카
(많은 뱀들이 내 주위를 도네)
와니종그카 와니종그카 와니종그카 와니종그카, 와타카클니랴냔마
(빙빙 도네, 나를 먹이로 생각하네) 


단조로운 곡조와 가사이지만 아주 흥겹고 신이 나는 노래로
중독성이 강해서 트레킹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웅얼거리게 하는 노래입니다.



자, 이제 킬리만자로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우후루 피크까지 함께 올라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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