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찾아서... [Part 1 나이로비-나망가-아루샤]


기축년 새해를 맞아 첫 출장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Mt.Kilimanjaro, 5895m)에 다녀왔습니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조용필 옹이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킬리만자로에 갔다왔다고 하면 - 백이면 백 -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진짜 있냐?'

농으로 던지는 말인 줄 알면서, 저는 진지하게 답을 합니다.
'황량하고 쓸쓸한 그 길을 혼자 걷노라면, 표범이 불쑥 튀어나와 말을 걸거나, 함께 걸어가는 듯 합니다' 라고.

적도 부근의 수목한계선인 3,800미터를 넘어가면 산소가 희박해서 나무조차 자랄 수 없습니다.
동물은 살 수 없는 환경임은 두 말하면 입만 아픕니다.

그런데 어떻게 표범이 튀어나와 말을 걸고, 함께 걸을 수 있느냐구요?
제가 만나는 표범은 바로, 내 안의 외롭고 고독한 표범입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에서 -

노랫말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자아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킬리만자로'라고, 제가 그 산증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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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찾으러 떠나려고 합니다.
십 여편으로 이어서 올리고자 하는데, 비록 먼 길이 될지라도 함께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에 속해 있지만, 킬리만자로로 가는 관문도시인 아루샤(Arusha)로 가려면
탄자니아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다르에스 살람 공항보다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가는 것이 훨씬 가깝기 때문에
킬리만자로를 가는 트레커는 대부분 나이로비로 들어갑니다.

인천에서 QR 821편으로 21시 출발, 일본 오사까를 경유해서 카타르 도하(Doha)에 도착하니 다음날 새벽 6시.
(오사카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장장 15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있어야 하므로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특히 오사카에서 일본사람들이 모두 탑승한 후에 널찍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

도하에서 QR 532편으로 환승하여 08시 15분 출발, 다시 5시간을 날아와서 드디어 케냐의 나이로비(Nairobi) 공항에 도착합니다.
환승대기 시간까지 22시간, 거의 하루를 이동하는데 걸리니, 아프리카 대륙은 실로 멀고도 먼 곳입니다.

덧. SA(남아프리카 항공), KQ(케냐 항공) 등 다른 항공을 이용하면 경유를 한 번 덜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감됩니다.
하지만 1~2시간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고, QR이 시설과 서비스가 좋기로 정평이 나있꼬, 무엇보다 항공료가 저렴할 뿐이고... ㅎㅎ 



꼬박 22시간 여를 이동했기 때문에 첫날은 나이로비에서 푹 쉬기로 합니다.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만난 꼬마 친구, 알렉스(Alex)와 공항 청소부입니다. 

알렉스는 아직 어려서 영어를 못하지만, 자신을 이뻐하는 마음은 단박에 알아차리고 내내 활짝 웃습니다.
공항 청소부는 포즈가 근사해 보여서 담으려고 하니, 고개까지 돌려주는 센스쟁이입니다.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 공항을 출발합니다.
나이로비 공항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고 단아한 멋이 있습니다.

공항 안과 밖 모두 금연구역이고, 흡연구역이 공항 외부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가 바라보고 있는 이 지점에... ㅎㅎ



공항에서 30여분을 달려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Kenya Comfort Hotel'에 도착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크고 그럴싸해 보이는데, 이름처럼 안락하지는 않습니다.



나이로비는 치안이 불안정해서 창문마다 투박한 창살과 고리가 있습니다.
방으로 가는 복도에도 쇠로 된 덧문이 하나가 더 있어서 열쇠를 두 개씩 줍니다.

해가 떨어지면 시내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해서 낮에 잠깐 돌아보려고 했으나
갑자기 일이 꼬이고, 일을 처리하고 나니 어두워져서 그냥 호텔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칩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호텔 테라스에서 커피을 마시며 시내를 바라봅니다.
호텔 앞에는 우리가 타고 갈 바비 셔틀버스를 비롯해서 많은 셔틀버스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표지판을 얼핏 보고선, '문디(MUNDI)인 줄 알고 재미나다 했는데, 다시 보니 'I'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래도 순간의 웃음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찰칵! ^^



08시 정각 출발 예정인 셔틀버스인데 버스회사 직원들이 사람을 더 태우려고 시간을 끌자
진작부터 좌석에 앉아있던 미모의 여인은 지루하고도 무심한,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크고 무거운 짐을 지붕 위에 모두 이고, 승객 탑승을 마친 버스는 복잡한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을 향해 달려 갑니다.



드넓고 황량한 벌판의 풍경이 다소 지루하다 싶어질 때면,
마사이족의 마을이 나타나 마음을 각성시켜 줍니다.



황량하고 메마른 들판에 풀이 있을까 싶은데, 소를 방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나이로비에서 나망가 가는 길의 대부분이 이렇게 비포장이어서 내내 덜컹거리고
차가 지나가면 온세상이 먼지로 뒤덮입니다.



창가에 앉아서 비포장길이면 창문을 닫고, 아스팔트 길이 나오면 활짝 열어제껴 사람들을 담아봅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오고가는 모습이 이네들의 '참살이'다 싶어서...

피에쑤, 근디 움직이는 차에서 찍다보니 한 컷 건지기가 무지 힘들지 말입니다... ㅎㅎ;



길을 가는 마사이족의 손에는 항상 나무작대기가 들려있습니다.
왜 마사이족은 나무작대기를 들고 다닐까요? 혹, 아시는 분 계신가요? ^^



나뭇잎이 무성하지 않아 그늘이 거의 없는데, 그 아래서 태양을 피하고 있습니다.
가수 '비'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헛된 생각을 해봅니다. 더위를 먹었는지... ㅎㅎ;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마을인 나망가(Namanga)에 도착합니다.
케냐 출국신고를 하고 철문으로 된 국경을 넘어서 탄자니아 비자($50-3개월 유효비자)를 받으면서 입국신고를 합니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출입국 절차가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단, 작성할 서류가 좀 많은게 번거롭지만...

셔틀버스의 기사는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심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우리가 탔던 버스의 한 사람이 심사를 마치고 혼자 걸어나갔는데, 그걸 아무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렸더랬습니다.
여서 놓고 가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남겨진 모냥이 되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일 뿐이고,
책임감을 다한 기사에게는 박수를 칠 도리밖에 없을 뿐이고... ㅎㅎ
 
피에쑤, 국경선 내에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사진촬영은 금지입니다. 전 도둑괭이처럼 몰래... ㅎㅎ;



나망가는 도시 뒤에 산이 있고, 그로 인해 다른 곳보다 물이 풍부해서
나무가 무성하고 꽃들도 피어있습니다.



탄자니아로 넘어오니 아스팔트 길이 쭈욱 깔려있고, 저 멀리 메루(Mt.Meru, 4566m)가 보입니다.
메루는 탄자니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아루샤의 젖줄'이라고 부를 만한 산입니다.



황갈색 소와 검은 소, 흰 소가 섞인 소 떼가 도로를 무단점령하고 건너갑니다.
우린, 다 지나갈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뭬에~, 뭬에에~
소의 울음소리는 한우와 비슷합니다.



아스팔트라고는 해도 가뭄에 논바닥처럼 갈라진 것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 길을 따라 마사이족이 걸어갑니다.

'어데서 와서 어데로 가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항상... ㅎㅎ



국경을 조금 지났을 뿐인데 흙빛이 완연히 다릅니다.
비옥해 보이는 적갈색의 흙이지만, 경작하지 못하는 땅인지, 경작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나무만 자라고 있습니다.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과 적갈색의 땅 사이를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마사이족 꼬마가 홀로 드넓은 들판에 앉아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콜라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루샤가 가까워지면서 나무 한그루 없지만 푸르고 부드러운 들판이 나타납니다.
같은 하늘 아래임에도 이렇게 다른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지 6시간 30분 만에, 하룻밤 묵어갈 아루샤(Arusha) 임팔라 호텔(Impala Hotel)에 도착합니다.
보통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공사 중인 비포장길이 많아서, 1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임팔라 호텔은 아루샤에서 손꼽히는 5성급 호텔로 수영장도 갖추어져 있고 시설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로비에 있는 목조 조각들입니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된 마사이족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집니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크고(제 키보다 큽니다), 고가라서 침만 흘리고 맙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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