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한 달 동안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다녀왔다. 세상의 아름다운 길을 모두 걸어보고 싶다는, 꼭 걸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내게 카미노는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친구에게서 카미노 이야기를 듣는다. 여름 날의 뜨거운 땡볕 아래에는 수많은 순례자가 줄을 잇는다고 하는데, 한 겨울의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카미노는 그렇지 않았노라고. 생장에서 첫 걸음을 딛을 때부터 산티아고에 닿을 때까지 단조의 풍경만이 펼쳐져서 외로움이 더했다고. 그 외로움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노라고. 살면서 처음으로. 오랜 시간, 먼 길을 홀로 걸으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여. 자신에게 오롯한 관심을 주고 신경을 써준 시간이 되어 너무나 좋았다고. 고즈넉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