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린자니 정상으로의 초대 [Trek 3 팔라완가 2캠프-린자니 정상]


새벽 2시 반 기상. 하늘은 별이 총총하게 빛나고 맑은데 바람이 강하게 분다.

스프 한사발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정상을 향한 채비를 한다.
어둠을 가르면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랜턴은 필수고, 화산이기 때문에 스패츠와 스틱도 준비해야 한다.
 린자니 정상(3,726m)까지 4~5시간, 하산하는데 2시간, 총 6~7시간을 걸어야 하므로 물과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 넣는다.

3시 반. 대원들이 모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정상을 향한다.



캄캄한 새벽에 나서서 추위와 졸음과도 싸워야 하는데
처음부터 급경사에 화산재와 자갈길이어서 3보 전진에 1보 후퇴가 반복된다.



출발한 지 2시간 여 만에 가파른 오르막을 다 올라섰을 즈음
등산로 왼편의 발리 해에서 여명이 밝아오며 해가 시나브로 떠오른다.

해돋이의 장면은 요기에! -> 인도네시아 발리 해(海)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해가 떠오르면서 힘들고 지쳤던 몸과 마음에도 생기가 돈다.
능선에 걸터앉아 뒤쳐진 대원들을 기다리며 고요한 아침을 한껏 즐긴다.



어둠에 잠겼던 바다와 산도 기지개를 펴고 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실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고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쳐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It's so beautiful, good luck'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껏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산악부 문을 두드렸을 때 선배가 해주었던 말이 떠오른다.

한동안 이 무슨 풀뜯어 먹는 소리야 했었는데, 아! 하는 순간이 있었다.
몸은 변함없이 힘들고 피곤하지만, 마음이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워지는 순간이...

아름다운 자연과 온전하게 동화되던 순간.



이엉차,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 아니겄어!



허지만 의지와는 무관하게 길이 가파르고 점점 자잘한 돌이 많아져서, 이젠
삼보 전진 이보 후퇴다. ^^;



아싸~ 정상이 보인다.



하지만, 가까운 듯 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
그 길 위에서 잠시 쉬어간다.



능선의 오른편 아래로 칼데라 호인 세가라 아낙(Segara Anak)이 보이고



능선 아래에는 드넓은 벌판이 바다까지 펼쳐져 있다.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벌판도 아름답지만, 실루엣처럼 겹쳐져 보이는 산의 능선이 이채롭다.
실로 린자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아닌가.



벌판의 수많은 계곡 중에서 하나를 당겨서 담아본다.
마치 외계의 혹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정상을 향해 한 발자욱, 한 발자욱...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도 린자니의 일부분처럼 보인다.



먼저 올라가셨던 정애님이 모자에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내려오신다.
능선에 깔린 자갈과 화산재에서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정애님처럼 마스크를 준비하면 좋다.



척박한 이 땅에도 꽃이 피어있다.
다름 아닌 고산에서만 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다.

유럽과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에델바이스가 어떻게 동남아의 화산에 피어있는지...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출발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마지막 대원들이 올라온다.



먼저 정상에 도착하셨던 김PD님과 현지스텝들이 마지막 대원들을 맞을 채비를 한다.



대원들이 린자니 정상에 도착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김 PD님

p.s 김PD님이 촬영한 것은 KBS 1TV 영상앨범 '山'에서 '숨 쉬는 화산 인도네시아 린자니'로 2008년 8월 31일에 방영되었습니다.




앞서 올라오셨던 광주요산회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은 먼저 내려가고
린자니 정상(3,726m)에는 김기선 대장님을 비롯한 안양 TS산악회 11분만이 남아 정상 등정을 기념한다.

감축드리옵고,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내려가고 정상에는 고요만이 남았다.



그리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한참을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푸르게 물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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