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기행 4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도시, 방비엥(Vang Vieng)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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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끼고저,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행 로컬버스를 타고 5시간 여를 달리니 밤 12시가 다 되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218km 남짓한 거리인데 다섯 시간이라니,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감안해도 시속 50km. 이것 또한 느림의 미학이련가!?

루앙프라방보다 남쪽에 위치한 도시임에 불구하고 밤공기는 더 차고 쌀쌀하다. 거 참 희한허다.
처음 발을 딛는 곳이고, 사방이 컴컴하여 근처에 있는 Sisombat Guest House에 짐을 부리고 널부러졌다.

짧은 여정에 욕심은 많아서, 저녁에 다시 비엔티엔으로 떠날 작정을 하고
눈을 뜨자마자 레이트 체크아웃을 말하곤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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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방비엥은 매우 인상적이다.
안개에 쌓인 수려한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라오스의 계림(桂林)이라고 하더니,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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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거리에는 바이킹, 하이킹, 카약킹, 동굴탐험, 트레킹 등의 다양한 레포츠를 할 수 있는 여행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와 레스토랑, 카페, 인터넷 카페 등이 늘어서 있다.


방비엥(Vang Vieng)

방비엥의 실제 명칭은 '왕위왕'이다. 외국인들이 'W'보다 'V'가 부르기 편해서 방비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수도 비엔티엔에서 북쪽으로 100km, 여행자들의 로망인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델리, 아그라, 자이푸르)처럼, 루앙프라방, 비엔티엔과 더불어 라오스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손꼽힌다.

수 년 전만 해도 방비엥은 비엔티엔 근교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으나
석회암 지대의 독특함으로 이루어진 꼬깔모자 형태의 특이한 산들과 수많은 동굴, 아름다운 쏭강 등
수려하면서 소박한 자연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여행자 천국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근래 서양의 여행자들은 태국, 캄보디아와 함께 꼭 한번 다녀와야 하는 곳으로 라오스를 손꼽는데
루앙프라방에 이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방비엥을 꼽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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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하이킹, 카약킹, 동굴탐험, 트레킹... 방비엥은 레포츠의 천국!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방비엥에서 꼭 가와야 한다는 탐 장(Tham Jang, 종유석 동굴)보다 트레킹이 끌리는 건 어쩔수 없는 산사내!?
것보다 트레킹 가이드로써 이 동네는 어떤 식으로 트레킹을 할까 궁금한 것이 진짜 속내다. 헤헤..

게스트 하우스에서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작은 트럭이 한 대 오더니 올라타라고 한다.
이미 트럭은 만원인지라 구석자리에 엉덩이을 꾸겨 넣어 앉으니, 차는 시내를 빠져나가 한적한 도로를 내달린다.

트레킹을 이렇게 많이 하나? 하는 의아심도 잠시,
흙길로 들어선 차가 쏭강의 상류에 도착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내려서 카약킹을 준비한다.

다시 포장도로로 나와서 다른 차를 타고 온 사람들과 합류해서 트레킹 깃점으로 이동한다.
여행사에서는 자기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방법으로 다양한 욕망의 여행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오고가서 마지막으로 트레킹을 하고자 남은 사람은 중국인 3명, 호주 2명, 독일 1명, 가이드 3명 그리고 나, 10명이다.
 가이드가 영어로 간단히 브리핑을 한 후, 큼지막한 물을 두 개 건네준다. 모자라면 말하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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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흙길을 따라가니 나무다리가 보인다. 멀리서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이는 다리다.
그 아래로 좀 전에 함께 차를 탔던 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약킹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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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좁고, 부서진 나무가 있어서 위험하니 한 사람씩 지나가라고 한다.
가이드가 중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곡예하듯 하나, 둘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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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밭 사이사이에 라오스 사람들처럼 작고 소박한 초가집들이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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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더 순박하게 느껴지는 흙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오른다.
 그리 힘든 길이 아니었건만 배 나온 중국아저씨는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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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마루를 넘어가니 분지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넓직한 터가 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폭포를 보러간다고 한다. 고작 두 시간 걸었는데 점심이라니.. 이곳에선 레포츠도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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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흔적은 스러질 듯한 집과 움직일 지 모르는 오토바이 한 대밖에 보이질 않는데 소를 방목하고 있다.
사람이 오고나 말거나 느긋하게 풀을 뜯는 소 또한 여유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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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속에 폭포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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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진지하게 불을 지피고 꼬치를 굽고 있는 가이드 친구들
이들의 정성이 담긴 꼬치구이와 더불어 준비해온 볶음밥과 빵으로 제법 근사한 점심상이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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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쳐지는 사람들도 다정하게 챙겨주는 맨발의 가이드, 왕까오
이 친구처럼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고픈 마음 굴뚝 같았으나, 하지 못하는 소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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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무상하게 걷다보니 작은 계곡과 폭포가 나타난다.
먼저 도착해 있던 다른 그룹과 함께 온 라오스 친구는 암벽타기 겸 다이빙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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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서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풍덩!
이 또한 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을 못하는 처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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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바위를 오르고 있다.
순박한 노동으로 단련된 근육이 폭포와 어우러져 참으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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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so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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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내내 시끄러울 정도로 수다스러워서 얄궂던 중국 아저씨가 폭포앞에서 조용히 사색을 한다.
모름지기 인간은 자연앞에서 겸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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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남(Tham Nam) 입구의 석회암벽

하얀 볼트가 여러개 박혀 있는 것으로 봐서 암벽등반도 하는 듯 하다.
아래에 가서 흔적(쵸크가루)를 따라 붙어보지만, 이미 굳고 늘어진 근육 탓에 단지 끄으응...

여기서 가이드가 준비해 준 초와 횃불을 들고 탐남 동굴로 들어간다.
트레킹뿐만 아니라 동굴 탐험도 함께 할 수 있다니, '꿩 먹고 알 먹고'가 따로없다.

p.s 탐남은 석회암 동굴로, 안에서 종유석을 볼 수 있었지만 기술부족으로 담아오지 못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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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남 동굴을 빠져나오니 고갯마루를 오르던 길이다.
벌써 끝났나 싶었는데, 올라왔던 길로 다시 가지 않고 쏭강을 따라서 트레일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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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건너가는 것 또한 이 트레킹의 재미이다.
굳이 신발을 벗고 발을 안닦아도 되니 좋고, 무엇보다 시원해서 좋고~!
 
트레킹치고는 오르는 높이가 낮고 다소 싱거운 맛이 없지 않은 코스이지만, 이렇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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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연인도 조심조심 건너온다. 다음에는 저렇게 둘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그대여, 함께 물 건너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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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이 끝나고 기다리고 있던 트럭을 타고 방비엥 시내로 돌아온다.
함께 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거리를 서성이다, 전망좋은 레스토랑에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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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머물고 싶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길에서 파는 닭 꼬치구이를 하나 집어들고 라오스 여행의 종착지, 비엔티엔행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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