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이칼 # 8] 비바람을 뚫고 체르스키 픽 정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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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비는, 날이 밝아도 그치지 않는다.
짐을 꾸리고 야영지 한 켠에 있는 주방에 찾아들어 장작불 지피는 것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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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세 가지 빛깔
산의 싱그러운 초록과 바다의 짙푸른 파랑, 그리고 장작불의 투명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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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도 일행들이 빨강, 초록, 파랑 우의를 걸치고 있다. @.@
스베따가 앞에 나서고 그 뒤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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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세상을 좌지우지 하던 시절부터, 귀족들이 마차를 타고 나들이를 왔던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은 가파른 경사면을 피해 이 굽이 저 굽이 유하게 휘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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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지천에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귀하신 마나님들께서 애써 깊은 산골까지 찾아왔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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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대장님 단독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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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 삼거리에 있는 샤먼의 나무
여기서 체르스키 픽 정상과 폭포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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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나무 옆에 빨간 우의를 입은 스베따가 서 있으니
불현듯 '빨간 장화를 신은 소녀'가 오버랩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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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각색의 천과 띠를 묶어 놓은 것이 우리나라의 성황당과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멀고 낯선 타지에서 만나는 친숙함이란..
'당신과 우리는 본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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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질, 이미 송진이 굳어 떼어낼 수도 없다.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던 곳이었으면, 한국 돈도 붙어있었으려나 하는 노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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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나무에서 잠시 쉬었다가 노오란 야생화가 만발한 꽃밭으로 Let's Go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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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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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최악의 시츄에이션, 점점 가스가 짙어지고 비바람이 거칠게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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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야생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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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출발했던 러시아 트레커들이 비바람이 너무 쎄서 더는 못가겠다며 내려간다.
허지만 불굴의 한국인, 갈 수 있는 데 까진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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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았더라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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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상황, 믿을 것은 우리뿐. 서로를 의지하며 묵묵히 걸어간다.

소백산처럼 시야가 확트이는 능선이 이어지는데 가스로 인해 10 미터 앞도 분간이 되지 않고
비바람을 된통으로 맞아 카메라를 속에 품고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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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트레커들이 말했던 거센 비바람이 부는 능선은 지나왔는데 칼날 릿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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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짙은 가스로 인해 판단하기 힘들다.
단지, 운무를 담은 동양화 한 폭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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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민하시더니, '가려면 갈 수는 있겠지만 무리 할 필요없다. 여기서 돌아가자'고 하신다.

산행에 있어서 정상을 앞에 두고 돌아가는 결심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창하게 알피니즘을 꺼내지 않더라도, 하고자 했던 바, 意志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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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동의를 하고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내려가는 걸음이 가볍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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