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이칼 # 7] 초록의 향연을 만끽하며 보금자리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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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은 산행에 있어 다소의 번거로움을 주지만, 나뭇잎 내면의 소리를 선명하게 들려준다.
들리는가, 싱그러운 나뭇잎이 속삭이는 초록의 향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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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하고 너그러운 흙길을 따라, 작은 계곡을 여럿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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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호롤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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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연이어 내린 비로 급격하게 불어버린 계곡은
제 몸을 비우느라 안간힘을 쓰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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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한 동시에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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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출발한 말이 금새 쫓아 올라온다.
누이와 동생, 말이 모두 지쳐보인다. '조금만 더 힘내요, 아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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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어주고, 이제 우리가 말의 뒷꽁무니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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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했던 나무들의 눈높이가 시나브로 낮아지며, 시선도 낮은 곳을 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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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곱고 어여쁜 야생화가 만발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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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러하듯, 산행도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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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 습지대라, 실로 다채롭고 재미난 얼굴을 가진 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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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 수염을 달고 있는 나무가 많이 눈에 뜨인다.
있는 그대로, 한 폭의 추상화 같기도 하고, 샤먼의 성황당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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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여를 걸으니 기상관측소와 통신소가 있는 터에 다다른다.
오늘의 보금자리, 야영지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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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나 볼 수 있었던, 우리의 삶터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우물이 하나 있다.


우물  /  마경덕

눈물이 다만, 슬프다는 이유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마른 몸에서 물이 솟는 건 내 몸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 깊은 곳에 영혼이 물처럼 고여 있는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내 영혼의 하얀 이마이거나 지친 발가락이거나 슬픔에 퉁퉁 불은 손가락이다. 영혼은 고드름이나 동굴의 석순처럼 거꾸로 자란다. 이것들은 모두 하향성이다. 근원을 향해 생각이 기울어 있다. 내가 나에게 찔리는 것, 슬픔이 파문처럼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순처럼 자란 영혼을 손수건으로 받으면 발간 핏물이 든다. 나는 피 젖은 손수건 석 장을 가지고 있다. 그 오래된 손수건을 차곡차곡 접어 냉동실에 두었다. 꽁꽁 얼어붙은 냉동고의 영혼들은 더 많은 우물을 만들고 영혼을 생산한다. 고드름처럼 자라 맹물처럼 날아가 버린, 그것들은 대개 일회용이다. 나는 쉰밥처럼 변해버린 가벼운 영혼에 대해 속눈썹이 떨리도록 생각해본 적은 없다.

찌르고 들쑤시고 사막처럼 메마르게 할지라도, 젖은 영혼을 사랑한다. 상처 많은 이 우물에서 詩를 꺼내고 밥을 꺼낸다. 두레박이 첨벙 떨어지는, 서늘히 두렵고 캄캄한 우물. 내 머리칼이 쉬이 자라는 것도 질척한 슬픔에 뿌리가 닿아있기 때문이다. 눈물이 다만 슬픔만으로 오지 않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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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옆에 장승도 모셔져 있다.
다소 허술해보이고 조잡해 보이지만 어엿한 장승인지라, 공손히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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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살면서 등산객을 재워주는 산장이다.
소정의 쩐을 지불하고 산장에서 숙박할 수 있고, 밖에서 야영과 취사가 가능하다.

산장 안에는 몸을 녹일 수 있는 빼치카가 있고, 비록 지저분하지만 반듯한 이층 침대도 있다.
참, 야영지 한 쪽에는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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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야생체질인 우리 일행은 야영장 천막에 자리를 잡는다.
빗소리를 들으며 한 잔 넘기는 낭만을 순간의 안락함과 바꿀 수 없다는 정통 낭만파의 아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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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개격파로 짐을 정리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오랜만에 텐트(= 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노라니 무지 좋아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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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며 스베따에게 젖가락질을 가르쳐 줬는데, 이내 젖가락질을 배우곤 좋아라 한다.
보드카 한 병 내어 놓고 빗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노래 한 가락씩 뽑으며 달작지근한 밤을 보낸다.

긴머리 소녀 / 둘다섯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머리 소녀야
눈 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에 긴머리 소녀야
눈 감고 두 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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