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빚어낸 킬리만자로의 아우라 [Trek 6 호롬보 산장-키보 산장]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으뜸으로 영험하고 신성한 산이다.

일년내내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다는 것도 한 몫하지만,
킬리만자로의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신성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앞글에 이어 영겁의 시간같은 길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흘러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걸음이 무뎌지고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뎌지고 지친 걸음을 달래주는 것은 저 하늘과 구름이다.

여행중에서도 트레킹이라는 산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과 구름, 자연을 온전하게 벗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 일부가 되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같은 길을 걷는 사람과 그 쾌감을 공유하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하다.


나그네가 지나간 자리에 까마귀 홀로 서성인다.
아무리 척박하고 황량한 땅일지라도 생명은 제 스스로 숨을 붙이고 살아간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고 바람이 사납게 부는 길
이 길은 누가 대신 가주지 않는다. 자신과 싸우며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야 한다.


키보(Kibo Circuit)는 안간힘을 쓰며 걷는 나그네를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와 실오라기같은 구름이 산머리에 걸쳐진다.
자연이 스스로 빚어내는 풍광이 실로 경이롭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이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에 비록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만은 더없이 즐겁다.


고도가 4,500미터를 넘어가면서 풀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황량한 땅에
흙과 돌멩이만 고요히 숨쉬고 있다.


마웬지봉은 멀리서 보면 마치 공룡의 등과 같은데, 하얀 구름이 뒤덮이면서 신비로움을 더한다.


킬리만자로 주변을 떠도는 구름이 파란 하늘을 다채롭게 수놓는다.


나그네 걸음이 무료하지 않게


모진 비바람과 세월을 견디어온 낡은 안내판이 정겨운 것은
오래된 것에 대한 까닭모를 향수병일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사실만으로도 차고도 넘치게 즐거운 나그네길이로다.


적막하고 황량하지만... 아름답다.


걷다보면 생각이 사라지고, 숨쉬고 걷는 육체만 남는 순간이 있다. 
소주 한 잔의 무게와 같은 존재의 가벼움도, 아름다움과 추함, 옳고 그름,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그 때가 자연상태의 나를 온전하게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 
저 산처럼 알몸 그대로인 나를


우주의 낯선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풍경속으로 들어가며
킬리만자로가 화산이라는 것을 비로서 실감한다.


수 만년 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아침에 출발한 지 7시간, 드디어 키보 산장이 눈앞에 보인다.
가이드는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기운을 복돋는다.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가기 위한 전초기지, 키보 산장(Kibo Hut, 4700m)
고지대여서 물이 없고 다른 산장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지만,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다.


우선 신고를 하기 위해 리셉션 사무실을 찾아간다.


두툼한 장부에 개인별로 이름, 국적, 성별, 인원 등 인적사항을 적으면
관리인이 인원과 성비에 따라 방을 배정하고, 열쇠를 나누어 준다.


일을 마친 짐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바위에 널브러져 쉬고 있다.
'오늘도 덕분에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키보 산장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밤 12시에 길만스 포인트를 향해 올라간다.
길만스 포인트에 올라서 키보 분화구를 따라 한 시간 여를 더 가야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다다른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힘들고 아름다운 시간이 곧 다가온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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