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02 인도 최대의 이슬람 사원, 저마 머스짓(Jama Masjid)


오후만 있던 어느 날, 뉴 델리역에서 메트로(Delhi Metro)를 타고 챤디 쵸크역을 향한다.
챤디 쵸크역은 인도 북부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올드 델리역과 근접해 있고, 붉은 성(Lal Qila), 저마 머스짓(Jama Masjid), 챤디 쵸크(Chandi Chowk), 마하트마 간디 공원(Mahatma Ghandi Park) 등 올드 델리의 고대유적과 사원, 관광명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올드 델리의 중심거리이자 화려한 쇼핑지역이기도 한 찬디 쵸크로 나오니, 제일 먼저 '시스간즈 사힙 구루드와라'가 눈에 띈다.
구루드와라는 시크교의 예배장소로, 시크교도 뿐만 아니라 찾는 이들에게 음식(짜파티와 짜이)를 무상으로 한껏 내어준다.


멀리 무굴 제국의 붉은 성과 가우리 샹카르 힌두 사원, 디감바라 자인교 사원이 보인다. 200미터 이내의 거리에 이슬람, 힌두교, 자인교, 시크교의 사원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다. 
혹자는 인도를 '수만가지 스펙트럼의 나라'라고 표현하는데, 12억에 달하는 인구와 수많은 인종, 300여 개에 달하는 언어, 힌두교를 비롯한 수많은 종교가 자연스레 융화된 인도를 가장 적합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릭샤와 오토바이, 차, 사람이 서로 다투듯 거리를 내달리는 것은, 챤디 쵸크가 메인바자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아니하다. 


17세기 무굴제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절, '샤 자한' 황제가 지은 랄 킬라(Lal Qila), 붉은 성.

무굴제국의 번창함을 알려주는 웅장한 자태와 오랜 세월의 녹을 먹어, 인도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유산. 그 앞을 나이든 릭샤왈라가 땀을 흘리며 힘차게 달려간다. 릭샤왈라의 오랜 조상, 또 다른 릭샤왈라의 땀방울들이 저 붉은 벽돌을 쌓아올렸겠지...


바자르의 행상에게 길을 물어 외진 골목을 따라가니, 붉은색의 웅장한 외벽과 우뚝 솟은 미나렛(40m 첨탑), 모스크의 돔이 보인다.
 


아그라의 '타지마할(Taj Mahal)'을 건축한 샤 자한 왕의 또 다른 걸작품이 바로 '저마 머스짓(Jama Masjid)'이다.

온 국력을 건축물 짓기에 전념했던 무굴 제국의 황제, 아들 아우렝자브(Aurangzeb)에 의해 아그라 성에 감금되어 생을 마쳐야 했던
비운의 황제가 바로 샤 자한(Shah Jahan)이다. 그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무굴 제국의 흔적을 엿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가 21세기 살았더라면 어떤 건축물을 지었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샤 자한 황제가 1644년에 건축을 시작해서 1958년에 완성된 저마 머스짓은 델리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가장 거대한 모스크이다.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동문, 남문, 북문 3개의 문이 있는데, 동문은 무굴 제국때는 오직 황제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은 금요일과 무슬림 축제일에만 열린다. 남문과 북문으로는 이슬람교도가 아닌 관광객도 입장이 가능하고,
기도 시간(해뜨기 전, 오전, 정오, 해진 후, 잠들기 전, 하루 다섯번)을 제외한 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
단, 신발을 벗어야 하며,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없다.



12억의 사람, 수많은 종교와 인종, 드넓은 대륙...
이에 걸맞게 인도에는 각양각색의 직업이 있다. 길거리 이발사, 게스트하우스 삐끼, 짜이 장수를 비롯한 각양의 장사꾼...
그 중에 가장 독특하고 이색적인 직업이 바로 '귀지 파주는 왈라(사람 또는 꾼)'이다. 귀지는 '혼자서도 잘해요'인데 직업이라니!? 

그가 귀지파개를 들고 서성이면, 귀가 근질근질한 누군가가 그를 부른다. 그리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에게 귀를 내어맡긴다.  
그는 장인정신이 투철하여, 귀를 파는 내내 진지하기가 그 누구 못지않다. 일을 마친 후, 고객이 시원해 하는 것을 보곤 살며시 웃는다.
그는 다른 왈라들처럼, 귀지 파는 일을 대대로 이어서 하고 있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기도시간이다. 애걸구걸을 해도, '니헤, No', 절대 안된다고 한다.
하릴없이 입구의 천장만 바라본다.




멍하니 오가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첨탑에서 예배를 시작하는 코란(Quran)이 흘러나온다.
올드 델리에 널리 퍼져가는 코란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다. 힌두의 나라 인도, 인도의 수도, 델리에 울려퍼지는 코란이라...


무슨 영문인지, 무슬림 가족의 얼굴이 어둡고 뚱하다.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듯, 내가 뚱해서 그런건지...
 


저마 머스짓 앞에는 바자르가 펼쳐져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그리고 붉은 성(Lal Qila)과 네따지 수바시 공원(Netaji Subhash Park)이 보인다.


As-salamu Alaykum! (그대들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저마 머스짓을 나와 챤디쵸크 거리를 서성인다. 아스팔트가 깔려있어서, 메인 바자르처럼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혼잡한 것은 결코 뒤지지 않고 먼지만 없을 뿐인데, 발걸음이 가볍다. 참을 수 없는 걸음의 가벼움을 한껏 즐기며 노닌다. 


이제 어데로 두 바퀴를 굴려볼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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